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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TV대화' 연기 배경] '불난 野' 자극할 필요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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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민과의 TV대화' (27일)를 총선 이후로 미뤘다.

박준영(朴晙瑩)청와대대변인은 20일 "방송협회의 요청에 따랐다" 고 말했다. 방송사 노조에서 공정선거에 위반된다며 반발한 때문이다.

21일 중앙선관위도 국민과의 대화에 대한 선거법 위반 여부를 심사하게 돼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연기 배경은 이런 표면적 이유보다 야권이 분열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주지 않겠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선 공약인데다 지난 연말부터 미뤄온 것" 이라고 강행의사를 표시해 왔기 때문이다.

야권 분열상황에서 선거쟁점을 만들어줄 필요가 없는데다, 자칫 정치쟁점이 야권 내부 갈등에서 DJ 대 반(反)DJ로 옮아갈 수 있다는 게 청와대측의 판단이다.

특히 여권 관계자는 "극명하게 갈리는 DJ에 대한 찬반을 쟁점으로 만드는 것은 다야(多野)구도로 가는 것을 차단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고 지적했다.

그 만큼 한나라당의 공천 후유증으로 여권의 선거전략도 전면적으로 바뀌었다. 야권의 분열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여권 관계자들은 기분좋아하면서 표정관리에 애를 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영남권에서 별도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한나라당 기반은 무너지고, 민주당이 제1당이 될 수 있다" 고 기대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총선 후 정계개편에 대한 희망섞인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야 구도로 갈 경우 총선 이후 민주당이 공조(共助)세력으로 선택할 폭이 넓어진다" 고 말했다.

여기에 대부분 공석으로 남겨둔 영남권에 '이삭줍기' 로 새로운 인물을 내세울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민주당 당직자는 "영남에서 무소속 후보가 난립하면 우리의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럴수록 金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는 피하려는 생각이다. 대통령의 선거개입이라는 새로운 이슈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은 다음달 2일부터는 열흘간 유럽을 순방한다. 그 이전에는 21, 23일 부처 연두보고를 받는 일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럽순방에서 펼칠 정상외교를 준비하기 위해서" 라고 설명하지만 이런 전략적 계산도 깔려 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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