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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먼지배출량 멕시코의 20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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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황산가스.이산화질소.미세먼지 등 우리나라의 단위면적당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세계 최악의 수준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999년 환경통계 자료가 발표됐다.

우리의 실정이 대기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멕시코보다 14~20배 높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같은 통계는 연료사용량을 기준으로 환산한 것이어서 우리의 높은 인구밀도에 기인하는 바가 크고, 그대로 오염정도를 비교하는 잣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제의 대기오염도에서도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수준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국민이 느끼는 대기오염 정도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 있다. 1년 내내 서울 상공을 덮고 있는 회색빛 대기층, 거리를 활보하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한 매연, 빈발하는 오존경보 등 대기는 가사(假死)상태나 다름없다.

정부는 그동안 난방연료를 벙커C유에서 천연가스로 대체하고 압축천연가스 버스를 도입하는 등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고, 일부 개선된 효과도 있었지만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2002년 월드컵 때 국제사회로부터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오염된 대기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다. 대기오염은 주로 시각장애나 호흡장애, 나아가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이대로 방치했다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세계무역기구 권고치의 두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 미세먼지는 호흡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체내에 축적되는 물질이다.

그속에 포함된 탄화수소는 최근 문제되고 있는 환경호르몬 다이옥신과 같은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선진국 연구로 밝혀져 있다. 대기오염을 방치하는 것은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도 일찌감치 환경문제를 주목하고 투자를 계속해온 선진국들처럼 이제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리의 환경투자는 수질관리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대기는 물과 달리 선택적 사용마저 불가능한 만큼 더 시급한 문제다.

우선 대기오염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연료부터 개선하는 노력을 당장 서둘러야 한다. 특히 차량대수로는 전체의 4%에 불과하면서도 자동차 배기가스 오염물질의 47%를 내뿜는 버스와 트럭 등 경유차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이와 함께 유황 등 자동차 연료에 포함된 유해성분의 환경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 정유과정이나 자동차 연소장치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도시의 녹지공간을 확대하고 먼지 등 오염물질을 청소하는 장비를 확충하는 등 입체적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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