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비밀 핵시설 더 있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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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이 9월 26일 찍은 이란의 새 핵시설(사진 아래쪽). 이란 남부 쿰에서 북동쪽 32㎞ 지점의 산악지역에 건설 중인 우라늄 농축시설이 보인다. [AP=연합뉴스]

신고되지 않은 비밀 핵시설이 이란에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AEA는 지난달 이란 쿰 지역 핵시설을 사찰한 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이날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포르도’라고 불리는 쿰 인근의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은 2011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이란 정부는 9월 이 시설의 존재를 시인하면서 2007년 건설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AEA가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건설 시점은 2002년이었다. 보고서는 이란이 2004년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가 2006년 재개했다고 밝혔다.

IAEA는 “이란이 쿰 핵시설에 관한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시설의 존재를 미리 밝히지 않은 사실은 또 다른 핵시설이 없다는 이란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IAEA는 지난주 이란 측에 건설 중인 추가 핵시설이 있는지 질문서를 보냈지만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측은 쿰 시설이 나탄즈 등 주요 핵시설이 이스라엘 같은 적대국에 폭격당할 경우를 대비해 지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설의 건설 시점인 2002년은 이란의 나탄즈·아라크 지역 우라늄 농축시설과 중수 생산공장 가동이 폭로돼 국제 문제로 불거진 때다.

◆“이란의 핵 무장 증거”=파이낸셜 타임스는 “쿰 시설은 이란이 핵무기를 제조하려 한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는 서방 외교관들의 의견을 전했다. 보고서는 이 시설이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가 3000개 정도 설치될 수 있는 규모로 판단했다. 매년 약 1t의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서방의 핵 전문가들은 원심분리기 3000개로는 민수용 발전 원료를 공급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대신 원자폭탄 1~2개를 제조하기엔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아직까지 쿰 시설에 원심분리기가 설치돼 있지는 않지만 기술자들이 최첨단 기기들을 새 시설로 옮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말이 데드라인”=미국 국무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IAEA 보고서는 이란이 여전히 국제적 핵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 줬다”고 비판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유엔 틀 밖에서도 이란 압박을 가중시킬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서방은 지난달 도출된 빈 합의안을 수용하라고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 이란과 협상에 대해 “내부적인 데드라인은 올해까지”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란 수뇌부의 태도는 여전히 비협조적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6일 “서방의 압박은 이란을 더욱 강성하게 만들 뿐”이라며 유엔 감시기구의 틀 안에서 핵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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