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당선가능성 우선"…이총재 측근도 가시방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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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李총재의 과감한 공천개혁 다짐 때문에 총재 주변에서도 희생양이 적잖게 나올 것 같다. "

14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한 측근은 오는 18일께 발표될 공천결과를 이렇게 내다봤다.

李총재계로 분류되는 공천 신청자들 중 상당수가 낙천될 것이라는 얘기다.

공천심사위 한 관계자도 "李총재가 특정인에 대해 공천 여부를 언급한 적은 한번도 없다" 며 "과거 대통령 후보 경선 때나 대선 때 李총재를 열심히 도운 사람이더라도 당선가능성이 없으면 공천받기 어렵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李총재를 '든든한 배후' 로 믿고 있던 인사들은 좌불안석이다.

특히 1997년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대세론을 외쳤던 '제1기 측근들' 중 상당수가 낙천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3선인 백남치(白南治.서울 노원갑)의원은 지난 12일 지구당원 50여명과 함께 시위까지 했다.

白의원은 李총재를 만나 "그렇게 도왔는데 배신감을 느낀다" 고 항의했으나 李총재로부터 안심할만한 얘기를 듣지 못했다.

7선 관록의 오세응(吳世應.경기 성남 분당을)의원도 불안하다.

여론조사결과 인물교체 여론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역구가 통합된 백승홍(白承弘.대구 서갑)의원과 서울 서초갑을 희망한 김찬진(金贊鎭.전국구)의원의 공천도 불투명하다.

원외의 황영하(黃榮夏) 전 총무처장관은 이미 파주 공천신청을 철회했고, 서울 양천갑을 신청한 유경현(柳瓊賢)총재특보나, 경기 용인을을 희망한 구범회(具凡會)부대변인도 안정권에 못들었다고 한다.

李총재계 중 상당수의 낙천 가능성이 점쳐지자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과 이기택(李基澤.KT) 전 총재권한대행계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KT계의 한 원외위원장은 "李총재가 자기 사람도 과감히 치려 하는데 남의 사람을 제거하는 데 주저하겠느냐" 고 우려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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