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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전셋집 동난다…집주인들 앞다퉈 월세로 전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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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울.수도권에서 20평형 미만의 소형 전셋집이 모자라 야단이다. 이사 갈 때 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형태인 전셋집이 매월 돈을 내는 월세로 속속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송파.노원구, 분당.일산 신도시 등 소형 아파트와 원룸주택 밀집지역에서 전셋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데 월셋집은 남아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원룸주택은 10~15평형 12가구가 있으나 이 가운데 10가구가 월세다.

서초동 하나부동산 관계자는 "원룸주택을 찾는 수요자의 70%는 전세계약을 원하지만 물건의 80% 정도는 월세" 라며 "예금금리가 떨어져 전세 보증금 운용 수익이 형편없자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생겨난 기현상" 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역삼동 15평형 원룸주택을 전세로 놓아 5천만원의 전셋돈을 은행에 넣어봤자 이자수입은 월 30만원 정도인 반면 월세로 바꾸면 보증금 1천만원에 월 6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세 수요자들이 집을 못 구해 애를 먹고 있다. 직장인 김경희(35.여)씨는 3천만원짜리 원룸형 전셋집을 구하려 주말마다 서울 서초.역삼동 일대를 뒤졌으나 가는 곳마다 월세만 나와 있어 한달째 허탕만 치고 있다.

월세바람은 서울과 수도권 소형아파트단지로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 상계동 주공아파트 11평형(저층)의 경우 보증금 1천만원에 월 35만원이나, 5백만원에 월 45만원의 조건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수요자가 많이 찾는 전세는 전혀 없다. 럭키부동산 박하순 사장은 "작은 평수는 거의 월세로 나온다" 며 "저금리 시대에 나타나는 시장 특성으로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 라고 말했다.

잠실 주공1단지 7.5평형짜리도 전세는 전혀 없고 월세만 보증금 5백만원에 월 30만원에 대량 나와 있다. 13평형 역시 2천만원에 월40만원 시세의 월세가 많은 편이며 개포동 주공아파트 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분당 신도시 매화마을 주공아파트 12평형은 전세 물건은 전혀 없으나 보증금 1천만원에 월 50만원의 월셋집이 많다.

일산 문촌마을 동아아파트 23평형도 전세는 나오는 즉시 소화되고 있으나 월세는 남아돌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 짓는 다가구주택도 공사비 정도만 보증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모두 월세로 돌리는 분위기다.

서울부동산 정용현 사장은 "저금리 기조 때문에 소형주택들이 전세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며 "그러나 임차인들의 월세 기피가 지속될 경우 자연스레 전세 매물로 바뀔 것" 으로 전망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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