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 일 언론 허니문 끝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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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출범 석 달째로 접어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도 끝나가고 있어 민주당 중심의 하토야마 연립 정부에 대한 비판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이 16일 발표한 하토야마 내각 지지율은 62%로 나타났다. 9월 출범 당시에는 71%, 한 달 뒤인 지난달에는 65%였다. 이 신문은 “하토야마 총리의 지지율 하락은 단명 정권으로 끝난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내각과 닮았다”며 노골적으로 ‘퇴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1993년 8월 출범한 비자민당 연립 정부인 호소카와 내각도 하토야마 내각처럼 발족 직후에는 71%였지만 4개월 후에는 60%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호소카와 당시 총리는 취임 후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일 관계를 ‘성숙한 성인의 관계’라고 규정한 이후 양국 관계의 악화를 불러왔다. 그는 결국 사가와규빈(佐川急便) 그룹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취임 8개월 만에 사퇴했다.

다른 유력지인 요미우리(讀賣)신문도 16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 대한 배신 행위를 했다”며 하토야마 총리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하토야마 총리가 오키나와 후텐마(普天間) 미군 비행장 이전 합의와 관련해 13일 도쿄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조속히 결론 내겠다’고 말했으나 14일 싱가포르에서는 ‘백지 상태에서 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꾼 것을 지적한 것이다.

총리와 각료들의 이견 차이도 표면화하고 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은 15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방문한 오키나와에서 “연내에 비행장 이전 문제를 결론 내고 싶다”며 하토야마 총리와 다른 방침을 내놓았다. 이런 엇박자는 정권 내 불협화음으로 비춰지면서 하토야마 내각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6일엔 나오시마 마사유키(直嶋正行) 경제산업상이 7~9월 경제 성장률을 조찬모임에서 사전 유출하면서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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