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귀하신 ‘천연기념물’ 나무 다 모였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전북도 산림환경연구소가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천연기념물의 후손을 한 곳에 모은 ‘후계목 동산’을 조성해 공개했다. 천연기념물을 한 곳에 모은 것은 지방자치단체로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후계목 동산은 희귀 천연기념물 유전자원 보전을 위해 완주군 동상면 대아수목원에 0.5㏊규모로 만들었다. 이 동산은 천연기념물 후계목 증식사업을 시작한 지 6년여 만의 결실이다. 후계목은 총 20개체 360여 그루로, 꺾꽂이나 접붙이기 등을 활용했다.

이들 나무에 얽힌 사연도 가지가지다. 진안군 은수사 청실배나무(386호)는 640년을 꼿꼿하게 버텨 왔으며,김제시 봉남의 왕버들(296호)은 도로공사마저 피해간 500여 년 고목이다.

한대성 식물로는 국토 최남단에 심어진 임실군 관촌 가침박달나무(387호),보릿고개 시절 배가 고파 흰쌀밥으로 헛보였다고 해서 ‘밥태기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진안군 마령의 이팝나무(214호)도 있다.

또 전주시 삼천동 곰솔(355호)은 2001년 누군가 독극물을 투입해 400여 년 이어 내려온 대(代)가 끊길 뻔 했다. 익산시 망성의 곰솔(188호)은 2007년 여름 낙뢰를 맞아 고사 위기에 처했었다.

산림환경연구소의 안영환 박사는 “천연기념물 후계목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어미의 형질을 가진 DNA를 채취해 증식한 것”이라며 “급격한 기후변화로 훼손·고사 위기에 놓인 희귀식물을 후세에 보존하는 방법과 청소년을 위한 자연학습의 장으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