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화상품 복합매장이 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영역 허물기' 는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 쪽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문화분야에서도 책은 서점, 비디오는 비디오가게, 음반은 레코드점 식으로 각각 한 가지 문화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구분' 이 사라지고 복합 문화상품을 다루는 공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문화상품 판매에도 '퓨전시대' 가 도래한 것이다.

분당 신도시 아파트촌과 마주한 베이지 건물. 서구식 패밀리 레스토랑을 연상케하는 이 건물에 들어서면 청색 샤츠를 입은 종업원들이 일제히 소리맞춰 "어서오십시오" 를 외친다.

80평 규모의 매장에는 비디오.CD에 베스트셀러.잡지를 중심으로 한 서적들, 음향기기용인 AV악세서리류도 있다.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대여도 한다.

대여용 비디오가 1만9천개, CD는 3천5백개를 갖추고 있다. '시큐브(C³)클럽' 본점의 모습이다.

시큐브클럽은 일본 최대 복합문화상품 체인 'CCC(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이 국내 신설 유통업체인 CCC코리아(대표 홍정화)와 제휴해 만든 브랜드명.

현재 분당 2곳, 상봉 1곳 등 3군데 매장이 있으며, 4월경에는 서울 논현동에도 새 매장이 생긴다.

홍사장은 "중소단위의 주택가에 60~2백평 규모의 매장을 올해 안에 20개, 향후 5년내에 2백개 정도 개점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교보문고와 타워레코드도 복합문화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현재 서울 본점과 성남.대전.대구 지점에서 문구와 음반을, 타워레코드는 서울 종로와 강남, 대구, 부산점에서 음반.잡지.비디오를 판매 중. 타워레코드는 3월께 서울 신촌에도 신규 매장을 낼 계획이다.

또 영국 음반유통사 버진메가스토어도 국내 진출을 모색 중이어서 다양한 문화상품을 한 공간에서 접하는 '멀티 패키지 스토어(MPS)' 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홍사장은 "가족들이 함께 와서 편안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것이 시큐브클럽의 정신" 이라고 말한다.

복합문화상품매장은 고객이 한 걸음으로 원하는 것을 한꺼번에 구입하거나 빌릴 수 있는 것이 최대장점. 휴일이나 저녁무렵 가족이 함께 여가를 보내는 곳으로도 활용되기도 한다.

분당 CCC를 찾은 회사원 조민호(39)씨는 "성인물 코너가 안쪽에 차단돼 있는 점이 맘에 든다" 고 말했다.

타워레코드나 교보문고와는 달리 시큐브클럽은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 연간회비 3천원을 내면 회원이 된다.

회원에게는 할인쿠폰과 함께 수시로 신작 안내를 해준다. 비디오 대여의 경우 신작은 1박2일에 1천원, 3개월이 지난 구작은 6백원. 단골고객은 특별 할인쿠폰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시큐브클럽은 1천4백만 명에 달하는 회원정보를 데이타베이스(DB)화 해 관리하는 일본CCC의 노하우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고객의 연령별 분포도는 물론 어떤 고객이 매장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지까지 파악해낸다. 고객의 성향을 정확하게 분석해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문화상품판매공간의 퓨전화는 물리적 공간에서 그치지 않을 듯 하다. CCC코리아는 인터넷 비즈니스도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중고비디오나 CD를 매매하는 전자상거래를 올해 안에 시작할 예정이다.

'상품을 파는 것' 이 아니라 '문화를 파는'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 복합 문화상품 매장은 새로운 문화소비 형태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김국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