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음모론' 우회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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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마오쩌둥(毛澤東)의 비밀' 에 들어 있다.

김종필(金鍾泌)자민련 명예총재가 8일 기자들과 나눈 특유의 선문답(禪問答)대목이다.

5박6일간 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만난 자리에서다.

파열 상태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이른바 DJP 공조를 복권시킬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JP는 "일본의 최근 베스트셀러인 그 책을 읽어보면 많은 참조가 될 것" 이라고 대답했다.

'마오쩌둥의 비밀' 은 1960년대 후반 홍위병(紅衛兵)과 문화혁명을 통한 권력 투쟁의 과정.비사를 소개한 책이다.

毛는 류사오치(劉少奇).덩샤오핑(鄧小平)을 몰아내기 위해 체제 외부를 끌어들이는 독특한 수단을 동원한다.

자민련 고위 당직자는 "JP는 시민단체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중국의 문화혁명에 빗대고 있다" 고 설명했다.

그리고 "총선연대가 자신을 '공천 부적격자' 명단에 올린 배경에는 현 정부와 시민단체의 커넥션이 있다는 '음모설' 을 JP는 여전히 따져보고 있다 "고 이 당직자는 전했다.

그런 탓인지 金명예총재는 '金대통령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 는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JP의 이런 발언을 종합하면 청와대가 짜고 있는 2여(與)공조의 프로그램은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청와대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과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공항에 나왔지만 JP의 이같은 불편한 심기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JP의 일본 방문 동안 자민련과 민주당의 거리는 멀어졌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이 주재한 당정회의에 불참했을 뿐 아니라 9일 청와대에서 있을 구조조정 2단계 회의에도 참석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당내에선 "JP가 이제 와서 공조를 복원하겠다고 하면 충청권 선거는 끝" 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공동정권 철수작전' 이 지역 정서를 자극하는 선거전략임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JP가 단정적으로 '공동정권 철수' 를 선언할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자민련이 '충청도당' 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수도권 진출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 민주당과 연합공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JP의 행동반경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전영기.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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