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권력판도 변화 오나] 新DJ인맥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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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권노갑 고문의 8일 총선 불출마 선언은 현 정권의 권력구도에 여러가지 파장을 던지고 있다.

동교동계 1세대로 좌장(座長)격을 맡아왔던 權고문의 불출마는 우선 청와대.민주당.정부에 포진해 있는 DJ인맥의 '세대교체' 가속화를 예고한다.

權고문의 거취정리로 시민단체 리스트에 올랐던 상당수 중진의원들의 '동반탈락' 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동교동계 내부의 질서형성에도 미묘한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 당직자는 "민주당에 영입된 전문가 그룹, 신진인사들이 '신(新)DJ인맥' 으로 국정의 핵심포스트에 물갈이 진출할 것임을 예고하는 상징적 사건" 이라고 분석했다.

權고문은 7일 저녁 신라호텔에서 한 측근의원을 만나 자신의 불출마 결심을 밝히면서 "이렇게 해야 다른 중진의원들에게 덜 미안하지 않겠느냐" 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權고문이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대목은 원내에서 'DJ 이후' 의 바람막이를 해줄 지휘자가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DJ임기 이후(2003년 2월)에도 계속될 16대 국회가 내각제 문제, 여-여 공조 여부, 한나라당의 임기말 공세 등으로 요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거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도 15대 총선에서 대거 신진인사를 영입, '신민주계' 를 구축했으나 퇴임 이후 병풍역을 해준 사람은 없었다는 점이 고민의 핵심이었다는 것. 그렇지만 權고문은 "총선 승리라는 현실타개가 더 시급하다" 는 논리로 거취를 최종정리했다고 한다.

동교동계내에서는 權고문이 원내진출을 하지 않더라도 막후에서 당의 총선지원 등 거중조정 역할에 나설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그렇지만 '당 일각에선 동교동계 내의 질서에도 변화가 생길지 여부에 관심을 쏟고 있다.

權고문이 국회라는 정치의 중심에서 장기간 벗어나 있는다면 영향력 감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그 경우 청와대의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 당의 한화갑(韓和甲)지도위원.김옥두(金玉斗)총장의 트로이카 체제에 힘이 부쩍 실리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하지만 동교동계 의원들은 "權고문은 영원한 좌장" "동교동계만큼은 세대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며 펄쩍 뛰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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