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배우 궁리 "영화검열 마구잡이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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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최고의 여배우 궁리(鞏利)가 홍콩에 와서 그동안 참았던 독설(毒舌)을 한바탕 퍼부어댔다. 그 대상은 중국 당국의 가혹한 검열 시스템.

"설명 한마디 없이 금지당한다는 건 불쾌한 노릇이다. 상 받은 작품을 (중국에서) 보지못할 때 갖게되는 심정이란…. "

담배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남편을 따라 현재 홍콩 피크내 호화주택에 머물고 있는 궁리는 8일 이곳 언론들과 이례적인 회견을 갖고 중국 당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거침없이 토해냈다.

"(중국에서)검열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일단 검열내용이 정해지면 수정은 불가능하다. 내디딜 땅이 한치라도 있을 수 있겠는가. " 궁리는 중국내 검열상황을 이렇게 토로했다.

중국에서 영화를 찍으려면 촬영전 대본심사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불온' 한 내용은 가차없이 잘려나간다. 허가후 대본 수정은 불가능하다.

검열은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촬영이 완료된후 2차 검열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는 현란한 가위질이 시작된다. 궁리의 비판은 아슬아슬할 정도로 직선적이다.

"아무 것도 바꾸지 않는다면 존재이유가 없다고 검열당국은 생각하는 듯하다. 결국 그들(검열당국)은 스스로 존재이유를 만들기 위해 영화를 마구잡이로 자르고 있는 셈" 이라고 쏘아댔다.

자칫 '체제 도전' 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위험 발언인데도 태연하다.

"이제는 감독들의 자체 검열이 발달했을 정도다. 지나친 가난이나 사회문제가 될듯한 소재는 감독 스스로 피한다. 중국영화에서 역사물이 범람하는 이유를 이제 좀 알 것 같지 않은가" 고 비꼬기도 했다.

오랜만에 맞은 한가한 홍콩 생활이지만 따분하다고 공리는 털어놨다. 이유는 '남편은 바쁘고, 친구는 없고, 그리고 날씨는 너무 춥기 때문' 이란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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