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봉사’로 점수 딴 바이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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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왼쪽)이 13일(현지시간) 노숙자 쉼터인 워싱턴 알로이시우스 성당 매케나 센터를 깜짝 방문해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워싱턴의 세인트 알로이시우스 성당 매케나센터는 1980년대에 설립된 노숙자 쉼터다. 미 의회 의사당 바로 뒤편에 있다. 이 일대 노숙자 100여 명에게 매일 점심을 제공하고 빨래도 해준다. 백악관에선 자동차로 5분 거리고, 의사당 뒤편이지만 관광객이 꺼리는 외진 곳이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곳을 깜짝 방문했다. 점심 급식봉사를 위해서였다. 검은색 스웨터와 카키색 바지의 평상복 차림에 검은 야구 모자를 눌러 쓰고 조용히 도착했다. 그러고선 앞치마를 두르고 고무장갑을 낀 뒤 식판에 생선 튀김 얹는 일을 반복했다. 눈을 내리 깔고 배식에만 몰두해 그가 부통령이란 사실을 알아보는 노숙자가 드물었다. 매케나센터 부소장인 개리 하인스는 “우리는 부통령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어제야 알았다. 며칠 전 접촉이 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다”고 소개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급식을 마친 뒤 “평소 집에서 하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런 뒤 “신의 은총이 없었다면 내가 쉼터에 갔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실을 반드시 되새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직에 따른 노숙의 고통이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바이든 부통령 측은 “추수감사절 연휴에도 부통령이 가족과 함께 군 장병에게 보낼 선물 꾸러미를 준비하고 노숙자를 위한 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70년 델라웨어주 뉴캐슬 군의회 의원으로 선출돼 공직 활동을 시작했다. 2년 뒤 29세의 젊은 나이에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돼 전국적 인물로 부상했다. 미 역사상 다섯 번째 젊은 상원의원이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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