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미 국채시장…재무부채 "사고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미국의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채 수익률이 폭락하고, 하루 사이에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가 하면, 물량수급에 병목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 채권시장 전체가 심각한 홍역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 30년 만기 국채를 잡아라〓이같은 혼란은 지난 2일 미 재무부가 이미 시장에 깔려있는 장기국채(재무부채권.TB)3백억달러어치를 되사겠다고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사상 최장기 호황 덕에 세수가 늘어나 연방정부의 재정흑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 여유 돈으로 나라 빚인 국채를 상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2013년까지 5조7천억달러에 이르는 연방부채를 전액 상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부터 이미 국채 발행 물량을 축소해왔는데, 이번에 기존 발행분마저 회수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수요가 급증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꼽히는 미재무부 채권이 시장에서 사라지기 전에 먼저 잡아두려는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 쇄도했다.

특히 우선 회수대상인 30년 만기 TB는 매물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씨가 말랐다.

당연히 국채값이 급등하고 수익률은 폭락했다. 지난 3일 30년짜리 TB 수익률은 연 6.28%에서 한때 5.93%까지 떨어졌다가 간신히 6.13%에서 마감됐다. 0.01% 단위로 움직이는 채권 거래에서 이같은 폭락세는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다.

◇ 증폭되는 파장〓30년만기 TB 수익률의 급락은 시차를 두고 10년만기물의 수익률 하락을 초래했고, 급기야 장기금리 전체의 하락요인으로 대두됐다.

문제는 지난 1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단기금리를 인상한 직후 장기금리의 하락세가 빚어졌다는 것이다.

아직 채권시장의 금리 하락이 민간은행의 대출금리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벌써 금리인상의 효과가 상당히 상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4일 발표된 미국의 실업률이 30년래 최저수준인 4%를 기록함으로써 FRB의 추가 금리인상은 이제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단기금리는 오르고 장기금리는 내리는 이른바 금리의 역전현상이 표면화됐다. 경제학 교과서대로라면 위험도를 감안해 장기금리가 더 높아야 옳은데 현실로는 정반대의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금리체계가 온통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국채의 선매도에 나섰던 많은 채권관련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국채 거래가 많은 골드먼삭스와 리만브러더스의 주가는 폭락했다.

일부 금융기관들은 국채 매입자금 확보를 위해 회사채의 투매에 나서 회사채 수익률은 거꾸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국채 수익률의 폭락세는 일단 진정됐으나 문제가 국채물량 감소라는 구조적인데서 비롯된 만큼 채권시장 전체가 안정을 찾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종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