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는 줄고 씀씀이 늘고 살림살이 더 팍팍해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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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3분기 가계의 소득이 통계 작성 이후 6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반면 소비는 늘어나는 조짐을 보였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소비는 늘리고 있지만 오히려 소득은 줄어 살림살이가 더 빡빡해진 것이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전국 2인 이상 가구 기준) 월평균 소득은 345만6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4% 줄었다. 가계동향을 통계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도 1년 전보다 3.3% 줄었다.

통계청은 전체 소득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은순현 사회복지통계과장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민간에서 취업자 수가 늘지 않고 임금 인상이 억제되면서 전체 근로소득이 줄었다”고 말했다.

경기가 회복된다는 소식에 지갑은 먼저 열렸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19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늘었다. 신차 구입 때 세금 감면 덕분에 자동차 구입비가 1년 전보다 78.9%나 늘었다. 영상음향기기 구매도 40.3% 늘었는데 내년부터 대형 가전제품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한다는 발표에 미리 사두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종 플루 확산에 따라 병원이나 약국에서 쓴 돈도 12.4% 증가했다.

이처럼 소득은 줄고 소비는 늘면서 번 돈 가운데 쓰고 남은 돈인 흑자액이 63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12.4% 줄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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