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BOOK] 아무리 침팬지가 똑똑해도 인간과 데이트 못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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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왜 인간인가
마이클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 추수밭
568쪽, 2만5000원

인간은 왜 인간인가. 다른 동물과 무엇이 다른가. 수많은 철학자를 괴롭혔을 고색창연한 문제다. 미국 산타 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정신연구소장으로 세계적인 뇌신경학자인 지은이는 ‘뇌’라고 주장한다. 뇌신경과학과 인지과학이라는 첨단과학을 바탕으로 찾아낸 결론이다.

지은이는 인간만이 갖고 있거나 다른 동물에 비해 뚜렷하게 뛰어난 분야를 찾았다. 이를 위해 ‘인간은 침팬지와 데이트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물론 이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이다. 둘의 차이를 설명함으로써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요소와 근원을 밝히려 한 것이다. 어차피 배고프면 먹고, 마음에 드는 짝을 찾아 서로 사랑하고, 좋은 것을 찾아 즐기고, 이웃과 함께 어울린다는 점에서는 두 피조물은 별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침팬지와 공유하지 못하는 인간적인 요소는 너무도 많다. 언어 구사, 지식 습득과 활용은 물론 도덕성 유지, 자의식 확보, 다른 관점을 수용하는 관용 등이 그것이다. 지은이는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이러한 요인들이 실은 뇌에서 비롯한다는 걸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유기체적이다. 하드웨어는 타고나지만 소프트웨어는 없다. 예로 언어나 지적·예술적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바탕을 타고나지만, 그러한 능력을 날 때부터 가지지는 못한다. 대신 자라면서 능력을 키워낸다. 더구나 인간은 다른 동물은 물론 컴퓨터와도 달리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탑재할수록, 더 많은 내적 연결이 생겨날수록 더 빠르고 활발하게 움직인다. 이러한 뇌의 자기 발전·확장 능력은 인간과 다른 동물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의 하나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인간의 독점물이다. 연구에 따르면 인식이 유연한 사람일수록 사물을 이성적으로 처리하며 미적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한다. 문화·예술에 빠지는 사람이 더욱 인간적이라는 설명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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