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T는 "기업들은 9.11 직후 외국계 우수 인력들이 테러를 겁내 미국을 떠날까 걱정했다. 그러나 3년이 흐른 지금은 이들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취업 비자 발급이 늦어지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전했다. 지나친 보안이 기업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까다로워진 비자 발급=구비 서류는 물론 인터뷰.신원 조회 등 요구사항이 너무 많다. 미 정부는 9.11 테러 이후 이슬람권 26개 국가를 특별 관리하고 있다. 대상국의 18~45세 남성은 신원 조회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미 정부에 의해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중국.인도 등 일부 비(非)이슬람권 국가들도 '기술 경계 국가'로 분류돼 특별 관리를 받고 있다. 이들 국가의 경우 비자 발급과 관련된 조회 작업에만 보통 30~60일 걸린다. 비자를 받는 데 필요한 대사관 인터뷰 날짜를 잡기도 힘들어져 비자 발급기간이 한층 길어졌다.
프랑스.영국에서 미국 비자를 받을 경우 31~41일 정도 걸리고 있다. 일본.중국에서도 만만치 않아 21~24일가량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신규 비자 발급에 4~5개월, 비자 연장에 8주 정도 걸리는 블랙리스트 국가 출신에 비하면 빠른 편이다.
◆미국 기업들의 고충=미국 컨설팅회사인 산탄젤로 그룹이 141개 미국 기업을 조사한 결과 51%가 '1년 전에 비해 비자 발급이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또 30%가 비자 문제 때문에 사업 파트너를 초청할 수 없었다. 이 밖에 500인 이상을 고용한 대기업의 79%가 미 정부의 비자 발급 업무에 불만을 나타냈다. 발급 기준이 까다로워져 생기는 문제점으로 '외국인 직원 고용 어려움'(42%),'사업 연기'(38%) 등을 꼽았다. "미국은 중국.일본에 이어 세번째로'직원들을 재배치하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고 IHT는 보도했다. 상당수 기업은 이민국에 1000달러의 '급행료'를 내고 '프리미엄급 처리(premium processing)'를 신청하는 실정이다. IHT는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엔 1000달러가 푼돈일 수 있지만 계속 쌓이면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산탄젤로 그룹은 비자 발급 요건 강화로 2002년 7월부터 올 3월까지 미 기업들이 260억 달러(약 30조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미 정부는 비자 발급을 더욱 까다롭게 하고 있어 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지난 7월 16일부터는 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라도 비자가 만료되면 무조건 출신국으로 귀국하도록 관련 규정이 고쳐졌다. 새로 채택된 미국 비자에는 지문 등 생체정보를 수록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IHT는 미 변호사를 인용,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 생산성 하락, 시간 낭비로 인한 손실에다 외국인 근로자의 항공료.체재비 등의 부담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기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