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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중국] 2. 서부로 가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1월 10일 중국 중원에서 서부로 나가는 관문인 산시(陝西)성의 성도(省都)시안(西安). 진시황(秦始皇)의 옛 도읍지였던 이곳에 '박사 1백명 서부 진군행' 대회가 한창이다.

중국정부가 낙후된 서부를 개발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인재확보 캠페인의 하나다.

서부로 이주할 59명의 박사들 앞에서 중국공산주의청년단 제1서기 저우창(周强)은 이날 "서부의 현대화 없이 중국의 현대화도 없다" 며 열변을 토한다.

새해들어 중국언론 1면에는 '서부로 진군' '서부 대개발' 등의 표어가 거의 매일 같이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21세기 중국경제의 화두가 '서부개발' 이 되고있는 데는 복잡한 사정이 있다.

우선 개혁.개방 이후 발생한 1천2백만명에 이르는 샤강(下崗.정리휴직) 노동자를 재고용하기 위해선 중국판 뉴딜정책격인 서부개발은 불가피하다.

이들을 그대로 두면 사회불만세력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부는 중국 국토의 56%, 인구의 23%를 차지하면서 소수민족의 80%가 거주하고 있다.

때문에 서부의 불만은 곧 소수민족의 불만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정부에 서부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장쩌민(江澤民)주석이 "이제 서부개발을 위한 조건들이 성숙했다" 고 선언한데 이어 새해들어 구체적인 서부개발 조치들이 줄을 잇고 있다.

10일자 인민일보(人民日報)는 국무원이 서부개발판공실을 설치, 서부개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 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판공실은 티베트 고원을 가로지르는 야루짱부(雅魯藏布)강과 황허(黃河)를 연결하는 총연장 1천8백㎞의 대수로와 북서부.남서부의 철도 건설, 1천2백억위안(약1조6천억원)이 들어갈 창장(長江)상류 삼림복원 등 서부의 농업개발과 인프라 구축작업을 지휘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정부는 서부지역 투자유치를 위해 외자 기업들의 소득세를 15%로 낮추고 수출 기업에 대해선 또 다시 세제혜택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또 원만한 자금조달을 위해 국가개발은행은 중서부에 새로 5개 지점을 설치해 금융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전국토를 벤처기업과 첨단 지식경제를 바탕으로 한 동부, 자원공급지대인 서부, 서부개발을 지원하고 동부의 산업을 계승하는 중간지대인 중부로 나눠 특색있게 개발한다는 '전국토 3분(分)대개발 작전' 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50년까지 중국의 현대화를 완성한다는 취지다.

여기에 중국의 미래가 걸린 셈이다.

동부는 하이테크의 외국 기업들에 유린당하고, 중부는 어정쩡한 산업구조로 방향을 못잡고, 서부는 투자에 걸맞은 경제효율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중국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21세기를 자기의 세계로 만들고 싶은 중국의 고민은 이래서 더 깊어진다.

중국과학원과 칭화(淸華)대 국정연구 센터 주임인 경제학자 후안강(胡鞍鋼)은 "서부 개발은 제2의 개혁.개방으로 21세기 중국경제의 생과 사가 걸린 또하나의 실험" 이라고 평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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