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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부가요스타' 실력파 12명 선정 가수와 맞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한국 주부들이 노래에 '미치는' 이유는 레저나 사회활동이 제한된 가정문화 탓도 있지만 모임에서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러야하는 '폭력적' 유흥문화 탓도 크다.

그래서 거리에는 '주부가요교습소' 나 음치교정 클리닉이 넘쳐 나고 신문사 문화센터에는 노래 강좌가 빠지지 않는다.

오는 2월20일로 방송 5년을 맞는 장수프로그램 KBS2 '도전! 주부가요스타!' 는 이같은 한국의 독특한 '노래 인프라' 에 바탕을 두고 있다.

5년간 1천7백여명의 주부가 출연했고 예심 지원자까지 합치면 1만명에 가깝다. 매주 월요일 오후2시 KBS 신관 라디오 공개홀에서 열리는 예심에는 많으면 1백명 넘게 주부들이 몰려 오디션을 본다.

과거와 달리 출연자의 학력도 높아져 전문대졸 이상이 대부분이다. 남편은 물론 친정.시집 식구들이 대거 몰려와 응원하는 모습도 이 프로의 '장르화' 를 보여주는 풍경이다.

전남 광주에 사는 48세 주부 신혜숙씨는 98년11월 '도전… ' 에서 3승을 거둔 것이 인연이 돼 트로트 음반을 내고 가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또 99년4월 2백회 특집에 출연했던 주부 13명은 주부가요봉사단을 만들어 양로원.고아원 등을 돌며 선행을 쌓고 있다.

'도전… ' 의 장수 비결은 트로트.발라드 등 천편일률적인 '주부전용 가요' 를 지양하고 포크.록.댄스 등 요즘 장르의 노래들로 선곡을 유도한 것. 연출진에 따르면 예심에 도전한 주부들의 레퍼토리는 '물안개' '카페에서' '잃어버린 우산' '애모' '만남' 등 30곡 안팎에 불과하다.

그래서 연출진은 예심 합격자들의 음정에 따라 강산에.안치환.송창식 및 인기 댄스가수들의 노래 중 알맞은 것을 골라준 뒤 통기타 가수 출신의 연출자 박영규PD의 지도로 연습을 시킨다.

이 프로는 5주년 기념으로 오는 5일 주부 12명과 여가수 12명을 맞대결시키는 특집방송을 마련한다.

오전9시30분부터 80분간 방송될 이 특집에는 이영화.최진희.주현미.현숙.진미령.한혜진.남궁옥분.최유나.박윤경.김혜연.오은정.서문탁 등이 가수팀을, 주부 12명이 주부팀을 구성해 노래 대결을 벌인다.

출연 주부들은 가수 뺨치는 실력을 자랑하는 실력파들로 구성된다. 매회 50여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이 프로에서 3승을 거둔 8명을 비롯, 출연 가수의 히트곡을 가수 본인과 겨뤄보겠다는 '선수급' 도 3명이나 된다.

주현미를 빼다박은 노래솜씨로 주현미 본인과 대결을 자청한 윤보현씨, 역시 현숙과 실력을 겨룰 신순애 주부 등이 그들이다.

연출자 박영규 PD는 "노래방에서 점수높다고 '도전… ' 에서 고득점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솔직이 노래방에서 연습하면 노래를 버린다. 박자나 음정이 기계적으로 입력돼 라이브로 부르면 이상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피아노나 기타 반주 아래 생소리로 연습해야 좋은 노래가 나온다" 고 말한다.

그는 또 "자신의 애창곡에만 안주하지말고 새로운 노래들에 도전해야 예심 합격 가능성이 높다. " 고 덧붙인다. '도전… ' 의 예심 문의 02-781-3967.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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