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 '풍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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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저 사람은 풍류(風流)을 안다' 는 말처럼 풍류라는 단어 자체는 우리 생활이나 의식구조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풍류' 가 과연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풍류' 를 필생의 화두(話頭)로 삼아 천착해온 신은경 교수(우석대 국문과)가 지난 7년간의 연구성과를 '풍류' (보고사.2만3천원)란 책에 담아냈다.

부제에도 나와있듯 신교수에 있어 풍류란 '동아시아 미학의 근원' 이다.

저자는 동양 3국 '풍류인' 의 전범을 신라의 시인이자 음악가인 월명사(月明師), 중국 전국시대 제도권 밖의 대사상가 장자(莊子), 일본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꼽히는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의 주인공에서 찾고 있다.

이들은 모두 바람같은 자유로움과 물같은 융통성을 지녔으며 자연의 리듬을 체감하며 우주만물의 영(靈)과 교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선 풍류가 동아시아 3국에서 서로 달리 쓰이고 있음을 분석한다.

중국의 경우 자유로움과 얽매임 없는 분방함을 강조하는 반면 일본의 경우는 '세련됨' '장식성' 등이 핵심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풍류는 '풍류도(風流道)' 를 고유의 신앙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데서도 나타나듯 놀이+예술이란 본래 개념에 '형이상학적 요소' 가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차이는 일종의 '변주(變奏)' 일 뿐, '풍류' 는 동아시아 미학체계의 최정점이며 이는 '풍류성(삼라만상에 내재한 풍류적 속성)' 과 '풍류심(이를 즐기고 누리며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 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해석한다.

저자는 다시 풍류심의 세 유형으로 흥과 한(恨), 무심(無心)을 제시하고 이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전체속에 조화되어 '풍류' 라는 동아시아적 미를 창출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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