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다시 보기] 한비야의 '바람의 딸'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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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오지여행가 한비야(42)씨는 다수의 고정독자를 보유한 몇 안되는 필자 중의 한 사람이다.

책이란 얼마나 팔릴지 미리 가늠하기가 특히 어려운 법인데 한씨의 책은 예외적으로 몇 만 부 이상이 팔리는 '보증수표' 인 셈이다.

1996~98년에 잇따라 펴낸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4' (금토)중에서 1권은 지금까지 20여만 부, 2~4권은 10만 부 안팎이 팔렸다.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이 책은 6년 동안 지구 곳곳을 찾아 다니며 쓴 여행기로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 , '현지인과 똑같이 생활한다' 는 철칙을 고수하며 얻어낸 결실이다.

여행지 역시 아프리카.중동.중앙아시아.알래스카.인도차이나.남부아시아 등 그야말로 세계 곳곳이 총망라됐다.

해당 지역에서도 남들이 흔히 가지 않는 오지까지 찾아가 원주민들과 호흡하며 토해낸 글들은 생명력을 지니고 통통거린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국내 여행기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푸른숲)역시 판매부수 5만 부를 기록해 한씨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전남 해남 끝에서 북단 통일 전망대까지 8백㎞를 49일 동안 걸어서 종단한 뒤 그 풍광과 감상을 적고 있는 이 책은 그 동안의 쌓인 여행의 경륜까지 느껴진다.

한씨의 '바람의 딸' 시리즈가 가진 힘은 솔직함과 건강함에서 나온다.

거기에 자신감 넘치는 삶의 태도가 더해지면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한씨는 직업적 문필가는 아니다.

그래서 문장이 특히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대신 과장된 수사나 현학적인 표현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어 독자들에게 실감있는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자신감 있게 해내며 살아가는 이에겐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바람의 딸' 시리즈는 이런 감동을 유난히 많이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또 한가지. 한씨는 여행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국경.성별.나이를 초월한 인간적 일체감을 표현하고 있다.

내가 아니면 모두 타인인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누구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대목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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