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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우리금융’ 이름값 30억 공연장 명칭 으론 싼값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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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그러나 이날의 화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다목적 공간의 명칭인 ‘우리금융아트홀’의 이름 값을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우리금융지주가 건물 리모델링 비용의 일부인 30억원을 후원하고 공연장명 사용 허가를 따냈는데 그 액수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1년 이름 값 1억5000만원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개관식에서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한편으론 우리 기업 이름을 장기간 노출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문제는 계약 액수였다. ‘우리금융아트홀’이란 명칭은 20년간 쓰기로 계약했다. 30억원을 들여 20년 계약을 했으니 1년에 1억5000만원을 내고 극장 이름에 상호를 달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문화계 인사들 가운데 불만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왔다. “역도경기장의 운영권자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너무 싼값에 아트홀 명칭 사용권을 내줬다”는 것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진흥공단이 127억원을 쓰고, 우리금융지주가 30억원을 냈는데 이름은 ‘우리금융아트홀’이다. 서로 바뀐 건 아닌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에 대해 진흥공단은 “우리나라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최종호 경영팀장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공연장의 가치를 다각도로 평가했다. 좌석 수 등을 고려한 시장 가치는 20년간 62억원으로 나왔다. 이를 현재 일시불 비용으로 환산하면 30억원이란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 액수를 갖고 국내 54개 대기업과 접촉했으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이런 계약자가 나온 게 다행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수백만 달러

미국 등 서구에선 꽤 많은 액수의 돈을 지불하고 명칭 사용권을 얻는 일이 흔하다. 학교·교회·병원과 같은 공공기관에 기부자의 이름으로 건물명을 짓는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코닥 극장과 노키아 극장은 세계 대중문화계의 메카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복판에 자리 잡았다. 항공사인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최근 기존 극장 개·보수 비용으로 850만 달러를 내놓고 10년간 ‘아메리칸 에어라인 시어터’ 명칭을 확보했다. 명칭 사용권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스포츠다. 프로야구·미식축구·프로농구 등 미국 프로 스포츠 경기장 대부분은 ‘명칭 사용권’을 적극 활용해 돈을 모은다.

#경제적 타당성 연구 필요

우리나라엔 기업 이름을 단 스포츠 경기장이 없다. 공연장은 2006년 ‘멜론-AX홀’이 효시다. SK텔레콤는 자체 음악 사이트 ‘멜론’의 대표성을 더욱 다지려고 기존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과 연계했다. 이후 기업은행과 공연 점프, 국민은행과 국립극장이 계약했다. ‘우리금융아트홀’은 대규모 계약으론 네 번째다.

최근 국내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는 공연장 명칭 가치에 대한 내부 보고서를 통해 “1500석 이상 공연장의 경우 미디어 노출 빈도 7억원, 옥외 광고 3억원 등 1년간 약 15억원의 가치를 창출한다”고 추정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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