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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서 백혈병 기금 마련위해 주부들 누드달력 만들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중년 여성들의 용기와 진정한 아름다움이 영국에서 잔잔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영국 요크셔의 라일스톤 지역 부녀회 회원 11명은 자신들의 누드를 찍은 신년 달력을 만들어 55만달러(6억1천만원)를 모은 뒤 전액을 백혈병 연구기금으로 쾌척했다.

22일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자녀를 두고 남편을 가진 45세에서 66세까지의 평범한 시골마을 주부들. 이들이 누드로 카메라 앞에 서게 된 것은 1998년 여름 한 부녀회원의 남편이 백혈병으로 숨진 것이 계기였다.

요크셔 국립공원 관리인으로 일하던 54세의 회원 남편은 백혈병 진단 5개월만에 숨졌고, 부녀 회원들은 이에 충격을 받아 백혈병 퇴치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문제는 기금마련이었다.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던 이들은 때마침 인근 셰필드 지역의 남성 실업자들이 누드쇼 공연에 나섰던 것을 소재로 한 영화 '풀몬티' 를 떠올렸다.

누드 달력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거기서 나온 것이다.

처음엔 카메라 앞에서 옷 입은 채 포즈를 취한 뒤 모든 사람이 자리를 피하면 옷을 벗고 스스로 셔터를 누르는 방법을 썼다.

그러나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회원 하나가 포도주를 마시고 용기를 내 사진사 앞에서 옷을 벗고 포즈를 취했고, 나머지 회원들도 뒤를 따랐다.

달력은 요크셔 구릉 지역의 석양과 숲 등을 배경으로 중년 여성들의 풍만한 나신을 드러낸 흑백 사진으로 꾸며졌다.

총 12장의 사진에는 반드시 해바라기가 등장하도록 했다.

백혈병으로 숨진 회원의 남편이 병을 앓으면서도 마을 곳곳에 해바라기 씨앗을 뿌렸던 것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이 달력은 지난해 4월부터 개당 8달러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수만부가 팔려 나갔고 기부금도 속속 답지했다.

영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천통의 격려편지가 배달됐다.

중년 여성들은 "젊은 여자들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진정 아름다운 건 당신들이다. 나도 앞으로 자신감을 갖고 살겠다" 고 적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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