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전규칙 변경 전·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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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일 서해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벌어진 남북 해군 간 교전은 우리 해군의 승리로 끝났다. 북한 경비정이 먼저 해군 고속정을 향해 사격했지만 우리 해군의 대응 사격에 큰 피해를 보고 퇴각했다.

우리 고속정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작았던 것은 2002년 2차 연평해전 이후 교전규칙을 바꿨기 때문이다. ‘경고방송→경고사격→격파사격’의 3단계 교전규칙을 적용해 우리 고속정이 북한 경비정에 접근할 필요가 없었다. 2차 연평해전 이전 해군의 교전규칙은 ‘경고방송→시위기동→차단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의 5단계였다. 이 교전규칙에 따라 해군 고속정 참수리-357호는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측 해역을 침범해 내려오는 북한 경비정을 함정 자체로 가로막기 위해 접근했다. 시위 및 차단기동 과정이다. 이에 따라 참수리호는 북한 경비정에 바짝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사격 준비를 마친 북한 경비정은 바로 1000여 발의 함포와 기관총으로 사격했다. 357호는 일방적인 사격을 받고 침몰했다.

1999년 1차 연평해전 때도 2차와 같은 5단계 교전규칙이 적용됐다. 당시에는 남북한 함정이 서로 들이받기 위해 엉켰다. 그러나 그때 박정성 2함대 사령관은 차단기동 때 북한이 1발이라도 쏘면 즉각 대응 사격하라고 지시해 두었다. 우리 해군 고속정 참수리325호는 북한이 소총으로 먼저 도발하자 북한 경비정에 집중 사격했다. 그 결과 북한 경비정은 침몰됐다.

이번 교전에서는 해군 2함대사령부가 NLL 부근으로 다가오는 북한 경비정을 처음부터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사령부는 4척의 고속정을 현장에 투입했다. 이 가운데 전방에 있던 2척의 아군 고속정은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어 남측 해역으로 다가오자 곧바로 경고방송을 했다. 경고방송은 남북이 합의한 국제상선 통신망을 통해 이뤄졌다. 고속정은 다섯 차례에 걸친 경고방송에도 북한 경비정이 계속 남하하자 경고사격을 했다. 새로운 교전규칙에 따라 시위기동과 차단기동을 생략했고, 이것이 아군의 피해를 줄이고 북한 경비정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게 해주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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