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한국이 정말 훌륭한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지금 인류가 한국문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습니까.”
『컬처코드』의 핵심은 우리들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짓는 코드가 문화에 있다는 것. 이날 강연의 키워드 역시 ‘문화’였다.
“‘아리랑’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남녀의 사랑·이별·그리움 등 인간의 감정이 모두 나옵니다. 바로 감성의 논리죠. 뇌를 놓고 볼 때 논리적 결정을 하는 대뇌피질의 역할인 큰 것 같지만 실제 사람들에게 강렬하게 다가가는 것은 감성입니다. 이 감성에 문화의 열쇠가 있죠.”
그는 한국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한국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국 문화를 창피해하거나 수줍어한다면 그 국가는 성공은커녕 ‘멸종’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사례로 멕시코를 들었다. 자기 문화에 자긍심을 느낄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데도 막상 기업들이 그 문화를 특유의 부가가치로 만들어 내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와중에 많은 국민들이 미국으로 밀입국하고, 본래의 독특한 문화가 ‘멸종 위기’에 처하거나,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재차 한국문화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민족 고유의 언어, 식민주의와 전쟁에서 겪은 독특한 경험과 정서를 타국과 구별되는 소중한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라파이유 박사는 문화융합을 화두로 제시했다. “이제 적이냐, 동지냐는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죠. 지금은 조화·통일·연결·창의성·시너지의 시대입니다. 이질적 요소를 통합하고 단일성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그는 컬처코드가 담긴 ‘상품’ 사례도 다양하게 들었다. 예컨대 지프(Jeep)차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한 이유는 ‘길이 없으면 내가 만든다’는, 미국의 개척정신을 파고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컬처코드란 단순 콘텐트가 아니라 한 문화의 무의식적 구조, 즉 공간에 대한 것이다”며 “무엇이 한국인으로 하여금 한국인이라고 느끼게 하는지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이 특정제품을 사는 행위는 브랜드를 사는 게 아니라 브랜드에 참여(join)하는 것”이라며 “브랜드에 뚜렷한 정체성을 담고, 일관성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라파이유 박사는 이날 오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2009 아리랑 세계화 국제 심포지엄’에서도 기조연설을 했다.
이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