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인천방송 관악산 송전탑 허가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최근 방송권역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인 경기도에는 새로운 지역 민방 설립이 불가능해 차선책으로 인천방송 방송권역을 경기 남부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런데 경기 남부 시청자를 위한 송신탑의 위치선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방송에서는 송신탑을 관악산에 설치하려고 하나 서울의 기존 방송사들이 이를' 극력'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송신탑이 세워지면 경기 남부지역 주민뿐 아니라 서울 일부지역까지 인천방송의 가시청권에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송신탑 설치의 반대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기존 공중파 방송사들은 인천방송의 전파가 서울 일부지역에서 수신될 경우 자신들의 기득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는 것 같다.

가령 일부지역에서 인천방송을 시청하게 되면 해당지역의 주민들은 알게 모르게 상당한 경제적.문화적 혜택을 받게 된다.

또 현재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방송사의 광고수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관악산 송신탑이 이런 영향을 준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기존 방송사들이 극력 반대할 정도로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인천방송의 전파가 일부 서울지역으로 월경(越境)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채널선택의 폭이 증가하는 것은 시청자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닌가.

인천방송의 전파 월경을 막으려는 기존 방송사와 정부의 입장 때문에 현재 인천지역 주민들조차 인천방송을 수신하는 데 곤란을 겪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이 경기 남부에서도 반복될까 우려된다.

왜 일부 서울지역 주민들의 인천방송 시청을 차단하기 위해 많은 인천.경기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가.

수없이 많은 외국의 위성채널이 무차별적으로 우리 안방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지금, 기껏 인천방송의 전파 월경을 문제삼아 정력을 낭비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새 천년에는 프로그램의 질 향상과 경쟁력 강화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방송사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全永雨 <인천대 교수.신문방송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