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의 세계] 46. '노자'와 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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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노자(老子)81가름(章)가운데 이른바 '기(氣)' 에 관한 언급은 세대목뿐이다.

10가름의 '전기치유(專氣致柔)' , 42가름의 '충기이위화(沖氣以爲和)' , 55가름의 '심사기왈강(心使氣曰强)' 이 그것이다.

'전기치유' 란 오로지(專)기(氣)를 모아 부드러움(柔)을 이끈다(致)는 뜻이고, '충기이위화' 는 텅비어있는 기운(沖氣)으로 음양의 조화(和)를 이룬다고 풀이된다.

그리고 '심사기왈강' 은 마음이 기를 부리는 것(心使氣)을 일컬어 억셈(强)이라고 한다는 이야기다.

노자라고 하면 대개 '기' 의 비조(鼻祖)쯤으로 여긴다.

그런데도 불과 세대목 밖에 '기' 를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외다.

그러나 장자(莊子)에 이르러서는 '기' 에 대한 이야기가 무려 39차례나 나오고 '선' 에 대한 뚜렷한 풀이가 등장한다.

이러한 사실은 결국 노자를 무조건 '기' 의 원조로 추앙하는데는 문제가 있음을 시사해준다.

중국사람들은 황로학(黃老學)이라고 해서 노자가 황제(黃帝)의 가르침을 이어 받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 나 '선도(仙道)' 는 황제와 노자가 큰 줄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갈홍(葛洪)의 포박자(抱朴子)에 보면 황제가 동방 청구(靑丘)에 가서 자부(紫府)선생을 만나 삼황내문(三皇內文)을 얻고 도(道)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쓰여있다.

자부선생은 선계(仙界)의 총부(總府)라고 지칭되고 있다.

우리의 전통선도에선 자부선생을 겨레의 큰 스승으로 섬긴다.

노자의 10가름은 어떤 의미에서 기수련을 포괄적으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백미(白眉)를 이룬다.

10가름의 첫머리는 '재영백포일 능무리호(載營魄抱一 能無離乎)' 로 되어 있다.

여기서 영백(營魄)은 혼(魂)과 백(魄)을 뜻한다.

이 대목은 기수련의 출발이 혼백을 하나로 할 수 있느냐의 여부 즉 심신통일(心身統一)의 여부에서 판가름난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그에 이은 대목이 '전기치유' '능영아호(能□兒乎)' 이다.

오로지 숨쉬기를 부드럽게 하여 어린아이처럼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심신통일 다음단계의 태식(胎息)을 말해 주는 셈이다.

이어서 '척제현람(滌除玄覽)' 이란 구절이 나온다.

'현람' 이란 마음을 뜻하고 '척제' 는 닦아냄을 뜻한다.

태식에 이어 마음공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 다음 단계가 '천문개합 능위자호(天門開闔 能爲雌乎)' 이다.

'천문' 은 상단전(上丹田)을 뜻하고 '천문개합' 은 상단전 즉 천목(天目)이 열린 단계를 일컫는다.

'능위자호' 의 '자' 는 암컷의 뜻인데 '천문개합' 과 이른바 방중술(房中術)의 연관성을 시사해 준다.

이규행 <언론인.현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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