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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 칼럼

약한 위안화는 세계 경제의 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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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강한 달러’ 정책은 미국 정치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는 미국 경제에 심각하고 장기적인 손상을 줬으며 현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달러의 과대평가로 미국은 수입에 과다 지출하고,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고, 기업 투자마저 다른 나라로 빼앗기는 피해를 봤다. 요즘 같은 국제화 시대에 환율은 수출입뿐만 아니라 생산지와 투자지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약한 위안’ 정책을 구사해온 중국은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의 가장 큰 수혜국이다.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001년 830억 달러에서 경제위기 직전인 2007년엔 2580억 달러로 증가했다. 평가절하된 위안화 덕분에 중국은 해외 직접 투자도 숱하게 끌어들이고 있다.

달러의 가치는 엔, 유로, 브라질 헤알, 캐나다·호주 달러에 비해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위안화가 달러에 비해 낮은 가치를 유지하는 환율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중국 제조업 분야의 생산력과 이 같은 환율 정책이 맞물리면 새로운 국제 불균형(Global Imbalance)을 낳을 것이다.

이는 단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환율 정책은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다른 국가들보다 경쟁 우위를 갖도록 한다. 위안화에 비해 평가절상된 화폐를 가진 국가들은 중국 수입품의 공세에도 시달려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의 환율 정책은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른 나라에서도 무역 불균형과 일자리·투자의 유출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러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각국 정책 결정자들은 중국과 대결하길 꺼리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잔존하는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 때문에 경제적 이슈를 지정학적 이슈에 비해 부차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풍조는 미국의 약화된 현재 경제 상태에선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간 지구촌은 미국의 오만함을 비난해 왔다. 특히 개발도상국으로선 선진국과의 관계에서 자기들끼리 단결해야 한다는 뿌리 깊은 관념이 있었다. 그 결과 그들은 입을 다물었고, 중국으로부터 통상 면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시안적인 생각이었다. 그들의 침묵이 중국의 착취를 방조한 셈이다.

세계 경제는 1930년대 이래 최악의 위기를 거치면서 각국이 지난 15년간의 경제 정책에 침묵과 공모로 일관한 것에 대한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만약 정책 결정자들이 중국의 환율 정책에 대해 계속 수동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면 그보다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토머스 팰리 뉴 아메리카 재단 연구원
정리=이에스더 기자 ⓒ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