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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도시 경쟁력이다 <3>시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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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3만여 명이 뛰고 150만 명이 직접 관람하는 시카고 마라톤. [중앙포토]

“2016년 여름올림픽 유치 실패로 많은 시카고 시민들이 실망하긴 했지만 스포츠 도시 시카고의 위상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미국 시카고시청 스포츠 진흥담당 디렉터인 제니퍼 크래머의 말이다. 시카고는 세계 최고의 프로 스포츠 도시다. 메이저리그 명문팀인 컵스와 화이트삭스가 있고, 최고의 농구팀(불스), 미식 축구팀(베어스) 등이 있다.

그러나 스포츠 도시 시카고의 랜드마크는 뭐니뭐니 해도 시카고 마라톤이다. 덴마크에서의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지 9일 만인 지난달 11일 제32회 시카고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출발 시간 수은주는 섭씨 0도였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대회 조직위원회 미디어 담당인 조 구드는 “미국 50개 주를 비롯해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참가자들이 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마라톤 우승자인 사무엘 완지루(케냐)가 2시간5분41초의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이 기록은 북미 대륙 대회 사상 최고 기록이다.

마라톤 행사 하나로 시카고는 ‘올림픽 유치 실패 도시’라는 아픔을 지우고 ‘세계적인 스포츠 도시’의 위상을 회복했다. 크래머 디렉터는 “마라톤은 시카고의 ‘아이콘’이다. 대회의 성공적 개최가 실망에 빠졌던 시민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도시들은 도시를 상징하는 스포츠 이벤트를 갖고 있다. 마라톤은 국제적인 이벤트이면서 시민 전체가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카고뿐 아니라 뉴욕·보스턴·베를린·런던이 ‘마라톤 도시’를 표방하며 대회를 키우고 있다. 이들 도시는 2006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세계 5대 메이저 마라톤대회’로 공인받았다.

올해 시카고 마라톤에는 일반 동호인들을 포함해 3만5000여 명이 출전했다. 거리에서 레이스를 직접 관전한 관람객은 약 1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자연스레 마라톤 특수가 따랐다. 구드 미디어 담당은 “올해 대회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는 1억4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그 외에도 도시 홍보나 자원봉사 및 관전 등을 통한 시민 참여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는 집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일부 도시도 스포츠를 도시의 상징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산 동명대 전용배(스포츠경영) 교수는 “지속적인 도시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골프·테니스·마라톤 같은 단일 종목을 매년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마라톤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도시 홍보 및 부가가치 창출 면에서 유리해 권장할 만하다”고 말했다. 

시카고=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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