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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개념 미술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39호 02면

“당신이 생각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
“모르겠다.”
“당신은 아티스트 아닌가.”
“난 내가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념 미술의 대가라고 하던데.”
“관람객이 내 작업을 보고 그렇게 규정하는 것일 뿐. 내가 어떤 개념을 갖고 한 것은 아니다.”

5일 마틴 크리드(Martin Creed·41)와의 간담회 자리는 마치 선문답을 주고받는 듯했습니다. 데미언 허스트와 아니슈 카푸어 등 쟁쟁한 작가들이 수상한 영국 최고의 현대미술상 ‘터너상’을 2001년 받은 작가입니다. 국내에서 처음 개인전(11월 7일~2010년 2월 12일,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을 여는 그를 앞에 앉혀놓고 기자들이 다시 물었습니다.

“사람들이 토하는 걸 찍은 이유는.”
“토하는 것은 창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고통이 수반된다.”
“똑같이 종이를 구겨도 왜 당신이 한 것은 전시장에 걸리고 내 것은 쓰레기통으로 가는가.”
“둘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
“….”
“사람이 일상으로 하는 행위는 모두 창조다. 당신들이 지금 글 쓰는 것도 창조다. 난 내가 한 것을 전시장에서 보여줄 뿐이다.”

전시장에는 선인장 화분이 키 순으로 나란히 서 있는가 하면(‘Work No. 960’사진), 작은 강아지와 큰 개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나기도 하고(‘Work No. 670’), 차곡차곡 쌓인 종이상자(‘Work No. ‘870’)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의 작품과 이야기 덕분에 간담회 내내 ‘저 사람의 예술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곱씹을 수 있었죠. 예술은 과연 무엇일까요. 무엇이 과연 예술일까요.

그의 작품을 보면서 그런 질문을 계속 던지다 보면 마음속 커다란 종이 갑자기 울려 퍼지는 경험을 하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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