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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뺀 독한 연기 김명민 빛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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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내 사랑 내 곁에’로 남우주연상과 인기상을 받은 김명민(37)은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온몸이 마비된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20㎏을 감량한 후유증으로 입원 중이었기 때문이다. 함께 영화에 출연한 중견배우 남능미씨가 대신 상을 받았다. 남씨는 “김명민씨는 정말 상을 탈 만했다. 선배로서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그를 치하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천재지휘자 강마에, ‘하얀 거탑’의 냉철한 외과의 장준혁, ‘불멸의 이순신’의 고뇌하는 장군 이순신…. 작품마다 ‘100% 몰입연기’로 자신을 버리고 캐릭터를 띄우는 그의 지독함이 새롭게 인정 받는 순간이었다.

TV 드라마에선 ‘연기천재’로 불리던 김명민이었지만 사실 그는 그간 영화와 인연이 별로 없었다. 2001년 ‘소름’을 시작으로 ‘리턴’(2007년), ‘무방비도시’(2008년) 등에서 주연을 맡았으나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올 대종상 남우주연상이 영화로 받은 첫 연기상이다.

‘너는 내 운명’의 박진표 감독이 연출한 ‘내 사랑 내 곁에’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루게릭병 환자의 투병기라는 소재의 특이함, 투병의 리얼함을 위해 72㎏을 52㎏으로 줄인 김명민의 초인적 감량 때문이었다. 촬영 시작 후 매일같이 서서히 조금씩 살을 빼는, 피 말리는 작업이었다. 생의 마지막에서 진실된 사랑을 만나지만 곧바로 이별해야 하는 종우 역은 그에게 연기인생 최대의 도전이었다. “내가 진짜로 하지 않는데 어찌 관객이 진짜로 받아들이겠느냐”며 자신을 극한상황까지 몰아붙인 김명민. 그의 고통이 곧 관객의 즐거움이라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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