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외국인들 매수 주춤…매도폭 점차 확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폭발적으로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됐던 외국인의 매수세가 약화되고 2월 초까지 쏟아질 매도물량이 표면화되면서 연초 증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매수 요인은 약한 반면 매도 요인이 많아 증시의 수급상황이 무척 안좋다는 분석이다.

◇ 주춤해지는 외국인 매수세〓올해 들어서도 적극적으로 매수세력에 가담할 것으로 점쳐졌던 외국인들이 매도세 쪽으로 기우는 조짐이다.

지난해 말부터 매수를 줄이기 시작한 외국인들은 올 증시 개장 첫날(4일) 7백6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이후 매도 폭을 확대하고 있다. 5일에는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 규모인 1천1백2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아직 전면적인 매도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지만 한국통신.다우기술 등 그동안 집중 매수한 정보통신주들을 대량 처분, 차익을 실현하고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은 한솔제지.현대자동차 등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의 매수세 약화는 금리를 연내 1%포인트 정도 올리겠다는 미국의 금리인상 계획에 자극받고 있다. 사상 최대 낙폭인 5일의 72.73포인트 하락을 포함한 국내 증시의 최대 낙폭 3위는 모두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에 따라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었다.

◇ 잠재성 악재의 표면화〓투신권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 들어 5일까지 4천2백6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대우채 편입 수익증권을 95%까지 인출해줘야 하는 대우채 환매가 불과 한달 앞(2월 8일)으로 다가오면서 자금이 필요한 투신권이 매도를 서두르고 있는 것.

특히 초단기 수익증권인 스폿(SPOT)펀드가 지난해 말 폭발적인 증시상승으로 목표수익률을 조기에 달성해 2월 초까지 환매를 위해 3조원의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이 펀드에 편입된 종목들도 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정보통신 관련주 등 우량종목이 대부분이어서 정보통신 관련주의 국면전환을 어렵게 하고 있다.

코스닥시장 등록 기업이 잇따르면서 공모 후 차익을 노린 개인들의 코스닥으로의 이동도 주가 안정을 해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잠재적인 악재들이 2월초 이후에는 해소되고 외국인들이 정보통신주에서 차익을 실현하며 매수세를 장기 소외주로 확대하는 순환매를 유지할 경우 장세는 다시 회복될 것" 으로 전망했다.

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