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발 묶어온 평화헌법 日 본격 개헌 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세계 3위의 일본 군사력은 평화헌법의 틀 속에 묶여 있다.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戰力)보유와 교전권을 부정한 헌법 제9조는 전후 일본에 덧씌워진 굴레였다.

일본 정부가 고무줄식 헌법 해석으로 자위대의 활동폭을 야금야금 넓히고 군사력을 늘려온 것은 이 때문이었다.

헌법 해석은 국내 좌.우파의 논쟁거리가 됐고 주변국도 촉각을 세웠다.

오는 20일 열리는 정기국회부터 전후 처음으로 이 헌법 문제가 국회에서 논의된다.

무대는 중.참의원에 설치된 헌법조사회로, 논의기간은 5년이다.

호헌-개헌논쟁에서 개헌쪽으로 기운 논헌(論憲)시대를 맞는 셈이다.

양원(兩院) 각 50명으로 구성되는 헌법조사회는 법안 제출권이 없지만 논의사항에 관한 보고서를 양원 의장에게 낸다.

논의과정이 공개되고 공청회도 열릴 것으로 보여 자연스럽게 개헌의 불이 지펴질 전망이다.

조사회의 논의대상은 제한이 없다.

그중에서도 평화조항(제9조)이 어떻게 가닥을 잡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자민당 보수파, 연립여당의 일원인 자유당, 제 1야당인 민주당은 개정에 적극적이다.

자위대의 성격규정과 '집단적 자위권' 문제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바꿔야 한다' 는 것이 대세다.

다만 자민당과 민주당내 온건파, 공명당이 신중한 입장인 데다 공산.사민당이 개정에 반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를 둘러싼 각 당과 당 내부의 이견이 정계개편을 부를 수도 있다.

헌법개정 발의(중.참의원 3분의2 이상)를 어렵게 만든 조항, 총리 권한강화를 위한 직선제 신설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환경권.알 권리 등 기본권의 확충과 지방 분권강화 문제엔 이견이 없다.

"반세기 전에 맞춘 옷(헌법)이 현재의 몸(상황)에 맞겠느냐" 는 개헌파의 논리가 깔린 헌법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