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노조 배일도 위원장] "노조보다 지하철승객 이익 우선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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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민주노총의 전위대 역할을 자임해오며 지난해 노동계의 구조조정 반대운동에 앞장서왔던 서울지하철 노조가 대변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인력감축 등의 내용을 담은 구조조정안에 공사측과 전격 합의하는등 87년 이후 고수해온 투쟁 노선을 사실상 철회하겠다고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변신의 주인공은 지난해 11월22일 취임한 배일도(裵一道·49)노조위원장.

-위원장이 주장하는 노동운동의 전면적인 개혁은 무엇인가.

“산업문명시대에는 파업 투쟁이 살 길이었지만 정보문명시대에는 새로운 노동운동이 필요하다.극한적인 투쟁만으로는 목적을 쟁취하지도 못하고 시민사회로부터 ‘왕따’만 당한다.이제 발상을 바꿔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지난해 최장기(8일)파업을 벌이고도 얻은 게 없었던 것이 명분 중심의 투쟁노선에 한계를 보인 대표적 사례다.묵은 사고를 깨는 것이 중요하다.”

-노조 내부에 강경한 반대 목소리는 어떻게 하는가.

“인식의 차이는 물론 있다.노조집회라고 ‘임을 위한 행진곡’만 부를 필요는 없다.노조의 능동적 변화만이 노동운동의 대안이라는 점을 인내를 갖고 인식시키려한다.”

-그동안 민주노총의 전위대로 불려왔는데 민주노총과의 위상정립도 관심사다.

“탈퇴하지는 않겠지만 기존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개혁을 요구할 것이다.”

-노조가 일더하기 운동을 펼친다고 하는데.

“시민들의 생활패턴이 달라진 만큼 지하철 운행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공사측에 요구하는 것 등이 일더하기 운동의 핵심 내용이다.당분간 노조원들의 근무 여건이 나빠지는 면도 있겠지만 길게 보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측면도 있다.할일을 우선 요구해 하고나서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87년 출범한 지하철 노조의 초대위원장을 역임했던 裵씨는 88년 구속된뒤 89년에 해고됐다 지난 98년에 복직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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