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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1950, 60년대 명동의 낭만이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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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951년 3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 '명동백작' 이봉구는 목숨 걸고 서울에 입성한다. 하지만 동료들과 인생을 논하고 사랑을 읊던 명동은 폐허가 돼 있다. "수영아, 인환아." 오열하는 그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드라마는 막을 연다.

가난했지만 인정이 있었고, 폐허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시절. 1950~60년대를 치열하게 통과한 문화.예술인들의 삶이 안방을 찾는다. EBS가 '문화사를 다시 쓴다'는 야심 하에 준비한 드라마 '명동백작'(토.일요일 밤 11시.사진)이 11일 첫 선을 보이는 것.

이에 앞서 6일 24부를 요약한 내용으로 시사회가 열렸다. 전반적으로 "오랜만에 재미와 의미를 골고루 갖춘 드라마가 탄생했다"는 호평이 많았다. 철저한 고증을 토대로 한 극의 전개가 탄탄했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크게 흠잡을 데 없었다. 다만 'EBS=드라마'에 대한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 자극적인 드라마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게 관건.

"일반적인 상업 드라마와 같은 잔재미는 없을지 모른다. 가벼움에 치중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면서 보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 작가 정하연씨의 말처럼 극의 전체적 분위기는 발랄함보다는 진지함 쪽에 치우쳐 있다. 그러나 "전문서적을 읽는 잔재미도 있지 않느냐"는 게 제작진의 기대섞인 설명이다.

뚜껑을 연 '명동백작'엔 과거 명동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문인.예술가들의 자유와 낭만, 고뇌와 갈등이 듬뿍 묻어 있었다. '명동백작'이란 별칭을 갖고 있었을 정도로 명동에 대한 애착이 컸던 소설가 이봉구, 참여시인 김수영, '목마와 숙녀'의 박인환, 여류수필가 전혜린 등의 삶이 밀도 있게 다뤄진다. 화가 이중섭, 명동 주먹계의 황제 이화룡, 연극인 이해랑, 무용가 김백봉 등도 등장한다. "당대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이들보단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았던 아웃사이더들에 주목했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이날 시사회에선 정보석.이진우 등 출연진들이 한결같이 "(타 방송보다 낮은)출연료는 문제되지 않았다. 작품성에 너무나 만족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만족과 열정이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을까.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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