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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키워드] 26. 재택근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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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재택근무(Telework)란 직장인이 더 이상 예전처럼 일터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는 제도다.

대개 노동력과 노동수단이 노동과정에 대한 감독자의 통제 아래 총괄 결합됐으나 이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컴퓨터로 상징되는 노동수단 자체가 집에 있고, 네트워크의 발전이 작업결과의 통제를 쉽게 해주기 때문에 재택근무.원격근무가 현실화된다.

이러한 재택근무제는 아직 노동의 지배적 형태는 아니지만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지난 94년 실리콘 밸리에 있는 7개 회사에서 3백명이 재택근무를 시작했으나 최근엔 무려 2백만명이나 된다.

미국 전체적으로 재택근무자는 1천만명이 넘는다. 최근 시카고의 한 컨설팅사가 전문가 2백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3%가 재택근무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제는 첨단기술 분야의 고급인력난 해결을 위해 고령자를 재고용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

독일 기센대학의 디터 로렌츠 교수는 컴퓨터를 이용한 재택근무의 인기가 점점 커짐에 따라 노동자들은 앞으로 직접 대화가 필요하지 않다면 굳이 출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영국의 대표적 통신기업 브리티시텔레콤은 비용절감을 위해 직원 10만명 가운데 1만명을 내년까지 재택근무시킬 계획이다. 현재 영국엔 1백만명 이상의 재택근무자가 있다.

일본에서는 파격적으로 공무원부터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를 도입했다. 97년 10월부터 2백85명의 직원이 요코하마(橫濱) 등에 있는 원격근무센터에서 교대로 근무 중이며, 일부 정보통신부 직원들은 주1회 재택근무를 한다.

한국IBM의 경우 1천4백명에 이르는 직원 가운데 9백명은 자기 자리가 없다. 이들은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바로 고객과 접촉한다.

덕분에 사무실이 절반 가까이 줄어 회사는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서울의 한국통신도 65명의 정규직이 담당하던 야간 114안내업무를 재택근무로 전환, 약 20억원의 경비를 절감했다.

또한 지식산업시대를 앞두고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중소기업들이 재택근무하는 발명전문가들을 특별 채용해 아이디어 상품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이동통신제품 개발업체인 벤처트라이사는 98년 12월 아이디어 개발을 전담하는 20대 두 사람을 고용했다.

이들은 1주일 내내 집에서 자료를 찾고 아이디어를 구상하다 수요일 하루만 회사에 나와 사장과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이 회사는 이미 몇가지 특허를 땄고 앞으로도 많은 특허출원을 준비 중이다.

재택근무제는 노사 모두에게 장단점이 있다. 회사는 직간접 인건비가 절감되며 성과통제가 쉽고 노동유연화를 달성한다.

노동자는 출퇴근 스트레스를 없애며 가족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위계적 통제를 피할 수 있으며 시간을 비교적 유연하게 쓸 수 있다.

반면 재택근무는 조직몰입도와 회사충성도를 떨어뜨리며 집단 팀워크를 저해할 수 있다. 나아가 노동자의 원자화.개인화 경향과 더불어 노조활동이 위축될 소지가 크다.

특히 재택근무는 기술적으로 유통이나 연구개발.설계.안내서비스 등 컴퓨터를 이용해 독립작업이 가능한 부문에만 국한될 것이다. 그럼에도 정보화의 확산에 따라 전체 노동력의 약 20%까지는 재택근무가 확대될 전망이다.

강수돌(고려대 교수.노동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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