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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히트 행정 10선] 발로 뛰고 생각 바꿔 관행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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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방자치 행정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처럼 군림하는 관청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식의 변화가 행정에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시민을 고객으로 섬기고 낡은 관행을 깨는 멋진 행정의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일보 전국부는 이를 장려하기 위해 처음으로 '99년 10대 히트행정' 을 선정, 소개한다.

◇ 봉화 12억짜리 공사 12억에 해결

1백20억원짜리 공사를 10분의 1 예산으로 해결 - .

경북 봉화군(군수 嚴泰恒)의 일처리는 발상의 전환이 행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 생생한 사례였다.

봉화군은 지난해 9월 새 청사를 지을 땅으로 야산 1천평을 10억원에 사들였다.

문제는 임야를 깍는 사토(沙土)처리비가 1백20억원이나 든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었다.

확보된 예산은 고작 7억5천만원.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농민들이 객토용으로 흙을 가져가게 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행정실무자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1억원이 넘는 공사는 반드시 공개입찰을 해야 한다는 법규 때문이었다.

잘못 하다간 담당공무원들만 '다친다' 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군수는 '정부 지침은 특혜 소지가 있는 수의계약을 막자는 뜻이지 돈 적게 들이고 주민들에게도 득이 되는 일 처리가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 며 주민들이 흙을 가져가게 하는 방안을 강행토록했다.

봉화군은 흙을 실어가는 주민에게 한 트럭(15t)에 1만원씩 지원했다.

처리비용은 12억원으로 충분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주민들도 돈 안들이고 객토를 해 생산성이 높아졌다며 만족하고 있다. 봉화군의 일석이조(一石二鳥)행정이 알려지자 전국 행정관서에서 문의가 잇따랐다.

부산국토관리청은 이 사례를 연구 중이며 김홍대 법제처장은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

또 한국능률협회는 2000년 경영행정 우수 사례로 선정하기 까지 했다.

자치단체 실무자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嚴군수는 "재정이 빈약하다 보니 돈 덜드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며 "마을 안길 포장도 주민들이 인건비를 부담하고 군청이 레미콘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포장률을 높이고 있다" 고 말했다.

봉화〓송의호 기자

◇ 서울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 시스템

서울시의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 시스템' 은 민원업무 처리 과정을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metro.seoul.kr)에 공개하는 제도다. 밀실에서 이뤄지던 행정을 밝은 곳으로 끌어내는 '햇빛 정책' 인 셈이다. 민원인이 편리할 뿐 아니라 공무원 부조리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스템이 가동에 들어간 것은 지난 4월 15일. 올초 고건(高建)시장이 "온라인 상에 민원처리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을 찾아보라" 고 실무자에게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취임 후 국장급 간부 4명이 잇따라 구속된 데 충격을 받은 高시장이 고심 끝에 찾아낸 아이디어였다.

정보화기획단과 감사관실 등이 2개월 동안 6천만원을 들여 시스템을 완성했다. 호평은 해외에서 먼저 나왔다. 미국의 저명한 인터넷 웹브라우저 회사인 넷스케이프사가 지난 8월 발표한 한국의 10대 우수 사이트에 포함된 것. 이에 앞서 지난 5월 국제투명성위원회(TI)는 이 시스템을 전세계를 대상으로 뽑은 일반행정 분야 부패 척결의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高시장은 지난 10월 남아공에서 열린 제9차 국제 반부패회의에 초청받아 전세계 1백35개국에 직접 이 제도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1월 초 청와대 국무회의장에서 이 시스템이 우수 사례로 시연돼 대통령 등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날 기획예산처는 내년부터 중앙 부처와 자치단체들이 이 시스템을 도입토록 의무화했다.

온라인 공개시스템의 조회건수는 개설 8개월만인 지난 28일까지 모두 61만8천여건에 달했다.시는 내년부터는 공개 대상 업무를 현행 27종에서 2백여종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장세정 기자

◇ 광명.구로 쓰레기.하수 맞바꿔 처리

경기도 광명시(시장 白在鉉)와 서울 구로구(구청장 朴元喆)는 지난달 생활하수와 쓰레기를 서로 맞바꿔 처리하는 '빅딜' 을 전격 성사시켜 냈다.

자치행정의 새로운 모범을 만들어 낸 것.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1월부터 구로구에서 발생하는 하루 1백50t의 쓰레기를 광명시에서 처리해 주고 대신 하루 18만t의 광명시 하수 처리를 구로구에서 맡게 된다.

두 자치단체는 이같은 합의로 환경시설 설치에 드는 막대한 예산도 줄이고 집단 민원 걱정도 없애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

우선 구로구의 경우 건설을 추진 중이던 하루 3백t 처리 규모의 쓰레기소각장 건설비 4백50억원을 절약하게 됐다. 광명시도 하수종말처리장 건설 비용 1천6백55억원을 고스란히 남긴 셈이다. 또 그동안 몸살을 앓아왔던 지역 주민들의 집단민원도 말끔히 해소됐다. 구로구의 경우 지난 96년부터 천왕동일대에 쓰레기소각장 부지를 정하고 2001년까지 소각장 건설을 계획했으나 인근 광명시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사업 추진이 무산됐었다.

광명시도 86년부터 하수처리장 건설을 추진했으나 부지와 예산확보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두 자치단체가 합의에 이르게 된데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역할이 컸다. 지난 5월 열린 수도권 행정협의회 때 경기도측이 서울시에 먼저 이같은 제안을 했다. 광명의 쓰레기 소각장과 구로구의 하수종말처리장시설이 남아도는데 착안한 것이다. 서울시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중앙정부도 두 자치단체의 빅딜을 수범사례로 꼽아 국비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지자체는 내년 1월 중 '환경기초시설 광역화 협약서' 를 교환한 후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재헌 기자

◇ 수원 '호텔식 공중화장실' 관광상품으로 내놔

경기도 수원시는 지난 1월부터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운동을 펼쳐 시내 11곳의 공중화장실을 '특급 호텔' 이상의 수준으로 바꿨다.

한곳당 평균 1억원의 예산을 들여 향기가 나고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휴식공간으로 조성했다.

바닥은 윤이 나고 도서.신문도 비치돼 있다.

자동문.에어컨.비데.기저귀 교환대.유아용 시트 등을 갖췄다.

안에서 호수와 산을 감상할 수 있게 설계한 광교산 반딧불이 화장실은 ▶한국 관광공사의 '으뜸 화장실 베스트 5' ▶월드컵 문화시민협의회의 '아름다운 화장실 선발대회' 공중화장실 부문 대상에 선정됐다.

수원시는 버스를 타고 아름다운 화장실을 둘러보는 관광코스까지 개발했다. 외벽에 분수를 설치하는 등의 투자로 한때 '예산낭비' 지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국의 자치단체가 벤치마킹 하러오는 명소로 부상했다.

◇ 민원실서 건강검진 …청원군 '보건 도우미' 인기

충북 청원군은 민원실에서도 간단한 건강 검진을 할 수 있도록 '보건 도우미' 를 배치해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군보건소와 각 면의 보건지소 보건직 공무원이 1명씩 순번제로 근무한다. 민원인이 원할 경우 즉석에서 혈압 측정은 물론 혈당 및 요당검사도 해주고 있다.

각종 상비약도 제공하고 있으며 보건 상담을 통해 의료 혜택이 부족한 농촌 주민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올해 실적은 혈압측정 4천1백7명, 혈당검사 5백59명 등이며 보건상담도 3천7백94건에 이르고 있다.

◇ '허니문 어게인' 행사에 제주관광산업 활력

제주시가 왕년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지난 3월 벌인 '허니문 어게인' 행사는 현지 관광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40대 이상 부부 2백여쌍이 이 기간 중 신혼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제주를 찾았다.

자치단체가 나서 행사 참가자를 모집하고 관광요금도 지원했다.

참가자들이 2박3일 호텔 투숙과 식사, 관광 등 요금으로 낸 돈은 1인당 19만원에 불과했다.

제주시는 이들을 위해 제주시 해변 공연장에서 인기가수 등을 초청한 이벤트까지 마련했다.

과거 제주를 찾았던 고객에게 10년전 관광요금을 적용하면서 '사후 서비스' 를 제공한 셈이다. 이에 자극받은 여행사들은 현재 40대 이상 부부도 고객으로 끌어들일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며 주요 관광지에서도 바가지 근절을 결의했다.

◇ 안양시 청사에 '시범 납골묘' 설치…장묘 문화 개혁

경기도 안양시가 청사 내 민원실 바로 앞에 설치한 '시범 가족 납골묘' 는 장묘문화 개혁을 위한 과감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안양시는 "매장 위주의 그릇된 장묘 관행이 우리의 금수강산을 묘지로 넘쳐나게 만들고 있다" 면서 "안양 공무원들이 장묘 문화 개혁에 앞장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안양시 공무원 9백87명은 '화장 공동유언장' 에 서명했다.

이에 공감한 사회단체 회원.일반시민 2천1백59명이 사망후 화장을 하겠다고 약속해 범시민운동으로 확산됐다.

한편 시는 오는 2001년까지 4천1백위를 안치할 수 있는 공설 납골당을 설치할 방침이다.

◇ 경남도 '여권 1시간내 발급' 원스톱 서비스

경남도는 여권을 1시간 안에 발급해 주는 '여권 민원 1회 방문 처리제' 를 지난 3월 전국 처음으로 도입했다.

신청 서류가 접수되면 단말기로 즉시 신원을 조회한 뒤 그자리에서 발급해 준다.

도청 민원실에 접수되는 하루 3백여건의 여권신청 중 신원 조회에 이상이 없는 80%는 1시간내로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 발급 건수도 50%쯤 늘었다.

여행사에 대행시키지 않고 직접 오기 때문이다.

전국 10여개 자치단체에서 이 제도를 본받아 도입했다.

단말기 신원 조회가 '부적합' 일 경우에도 사후에 경찰의 조회 결과가 '적합' 으로 나오면 여권을 가정으로 우송해 준다.

◇ 전남도 전화친절도 평가…불량공무원 대기 발령

전남도의 전화 친절도 평가제는 공무원들의 전화받는 태도를 획기적으로 바꿨다.

97년 7월부터 전문 조사기관에 맡겨 지속적으로 점검한 결과다.

민원인을 가장한 조사원들이 무작위로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친절성.정확성.습관.예절 등 6개 항목을 점검해 점수를 매기는 방법을 쓰고 있다. 매월 좋은 점수를 받은 3명에겐 상을 주고 점수가 나쁜 10명은 명단을 공개한다.

2회 이상 낙제점을 받은 12명은 대기발령 처분 등을 받기도 했다.

효과가 커 다른 자치단체들의 벤치마킹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첫 평가 때 68점이던 평균 점수가 2년여만에 88점으로 올라갔다.

◇ 부안군 상수원 보호구역 첫 합의 지정

전북 부안.고창군민 15만명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부안댐 상수원 보호구역이 지난 27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민과 합의하에 지정됐다.

보호구역 대상은 부안군 변산.진서.상서등 3개면 6개마을.

이번 합의는 시위 한번 없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동의 아래 이뤄졌다.

해당 공무원들은 지정 신청 이후 40여일 동안 현지를 발로 누비고 다녔으며 주민들도 법 테두리 내에서의 합리적 요구로 화답, 이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전북도는 당초 10년간에 걸쳐 받기로 했던 정부 지원금 40억원을 내년 중 일시 지급받을 수 있도록 관계부처의 승인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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