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4개팀, 연봉 같은 거액 보너스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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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을 비롯한 여자프로농구 4개팀이 지난 시즌 선수들에게 연봉 이외에 거액의 가욋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여자프로농구 6개팀 선수 급여(연봉 포함) 지급내역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2008~2009 시즌 선수들에게 연봉 이외에 총 10억9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연봉 1억원인 전주원에게 2억원, 연봉 7000만원인 최윤아에게 1억4000만원 등을 별도로 줬다. 명목은 광고비, 특별 보너스, 연승 수당, 우승 보너스 등이다. <표 참조> 삼성생명은 지난해 연봉 이외에 5억5767만원, 금호생명은 3억7565만원, 국민은행은 2억3600만원씩을 선수들에게 별도로 지급했다. 우리은행과 신세계를 제외한 4개 구단 모두 샐러리 캡(팀연봉 총액 상한, 9억원)을 훨씬 초과하는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샐러리 캡 비웃는 일부 구단들=이들 팀이 각종 명목을 대가며 거액의 가욋돈을 쓰는 이유는 우수 선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전력 평준화를 위해 만든 현행 샐러리 캡 제도하에서는 제한된 연봉으로 우수 선수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농구 6개 구단은 연봉을 포함한 선수들에 대한 급여 지급내역을 지난 6월 여자프로농구연맹(WKBL)에 제출했다. “신한은행·삼성생명 등 일부 구단이 연봉 이외의 돈으로 좋은 선수를 끌어모아 샐러리 캡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는 우리은행·신세계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서다.

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가드 이미선은 2008년 총 4억403만원을 받았다. 서류상으로 여자농구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소득을 올렸다. 남자 프로배구의 최고액 연봉 선수 최태웅(1억6800만원)보다 3배 가까이 많은 돈이다. 농구계에선 “서류에 나타나진 않았지만 기량이나 팀 기여도 등으로 볼 때 이미선보다 많은 돈을 받는 선수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선은 연봉이 1억3750만원이었는데, 광고료로 2억4700만원을 받았다. 다른 팀 관계자는 “이미선보다 인기나 지명도가 높은 같은 팀 박정은의 광고료가 4700만원인데 이미선이 그보다 2억원이나 더 많은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자유계약(FA) 선수가 된 이미선을 잡기 위해 광고료를 빙자해 준 뒷돈”이라고 주장했다. WKBL 규정상 FA 선수에 대한 계약금은 줄 수 없도록 돼 있다.

◆연봉보다 많은 수당=WKBL 규정에 따르면 구단은 선수에게 광고료와 라운드 수당, 우승 보너스만 줄 수 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WKBL 규정에 없는 특별 보너스(2억700만원), 구단규정 수당(1억3310만원), 기타 상금(3434만원) 등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3개 구단은 광고료와 라운드 수당 등 연봉 이외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신한은행 이상휘 사무국장은 “특별 보너스는 라운드 수당의 일부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WKBL은 지난 달 초 이들 4개팀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 제재금 2000만원과 신인 드래프트 때 1순위 권리를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해당 구단들이 반발하는 바람에 WKBL은 한발 물러서 원점에서 다시 조사하고 있다. 김동욱 WKBL 전무는 “특별 보너스 등은 규정을 위반한 것이며, 줄 수 있는 돈들도 사전에 보고하게 되어 있는데 4팀 모두 이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4일 현재 여자프로농구에서 연봉 이외의 돈을 지급한 4팀은 1~4위까지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두 팀이 5위와 6위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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