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LPG 담합 의혹, 냉정하게 가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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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액화석유가스(LPG)를 공급하는 6개 정유사의 가격담합 혐의를 잡고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할 모양이다. 공정위는 다음 주 전체회의에서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6년간 22조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한 만큼 과징금 규모는 사상 최대인 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LPG는 2001년 가격고시제에서 풀려나 가격이 자율화된 품목이다. 업체들 간의 경쟁을 통해 소비자가격을 낮추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LPG 의 경우 L당 가격 차이가 불과 0.79원으로, 채 1원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경유는 주유소마다 수십원씩 차이가 난다. 또 LPG 업체들의 이익은 가격고시제 폐지 이후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공정위는 일부 LPG 업체가 리니언시(Leniency·자진 신고자 감면제) 신청을 통해 담합사실을 고백해온 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LPG 업체들은 LPG 수입처가 겹치는 데다 국제 가격에 연동돼 투명하게 결정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가격을 통보해 오면 이를 기준으로 비슷하게 가격을 매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해명이 먹혀 들기는 쉽지 않다. 국제 가격이 오를 때는 바로 LPG값을 올리면서도 내릴 때는 미적거렸던 적이 하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정위의 주장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그동안 무리한 제재로 공정위가 과징금을 돌려준 사례가 적지 않았다.

LPG는 소주·라면 등과 함께 대표적인 서민상품이다. 가격 담합 의혹이 있다면 철저하게 따져야 할 사안이다. 가격 자율화를 악용해 서민의 주머니를 털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공정위도 좀 더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물가 통제를 위한 정유업계의 군기잡기로 악용해선 곤란하다. 반드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모든 서민들이 LPG 공방전을 주목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