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소' 도축 시판…수의사등 7명 입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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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병들거나 죽은 소는 물론 오랜 기간 항생제 치료를 받다가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소까지 도축, 유통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28일 병들거나 죽은 소를 도축, 정상적인 쇠고기로 둔갑시켜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尹모(35)씨 등 가축수집업자 6명과 수의사 崔모(39)씨 등 7명을 입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尹씨 등은 원인불명으로 죽거나 병든 소를 30만원에 사서 허위진단서를 첨부해 포천 등에서 도축한 뒤 서울 마장동에서 1백30여만원에 경매처분하는 수법으로 시중에 유통시켜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겨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 병든 소를 넘겼다는 목장주 K(41)씨는 "지난 3일 젖소 1마리가 급성유방염 증세를 보여 하루에 두 차례씩 1주일 동안 항생제 치료를 했지만 폐사직전에 이르러 출하했다" 며 "항생제를 투여한 소는 폐기 또는 매립해야 한다" 고 밝혔다.

서울대 수의학과 유한상(劉漢相)교수는 "항생제를 투여받은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경우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내는 균들이 잔류, 인체에 해를 입힐 수 있다" 고 말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도 "항생제 섭취는 신경계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수의사 黃모씨는 "적발된 소 가운데 상당수는 눈을 뒤집고 거품을 무는 등 광견병.약물중독증세를 보여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부정.불량식품에 대한 일제단속을 벌여 4백35명을 적발, 이중 29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김기찬.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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