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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KBS2 '슬픈 유혹' …동성애 문제 정면으로 다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KBS2가 26일 방송한 연말특집 2부작 드라마 '슬픈 유혹' 은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뤘다' 고 해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시작 부분의 "우리는 사랑이라 했는데 사람들은 반역이라고 했다" 는 자막에서부터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이 입을 맞추는 후반부까지 일견 '동성애 드라마' 라는 인상을 풍겼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진정으로 강조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인듯 보인다. 동성애는 이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두 주인공은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깊은 갈등을 안고 살아간다. 한 기업의 기획실장인 40대 정문기(김갑수 분)는 회사를 위해 청춘을 불살랐으나 최근 '무능하다' 는 비난을 받고 있다. 후배 직원 신준영(주진모 분)은 전도 유망한 젊은이로 보이지만 뉴욕에서 근무할 때 사귀던 동성 연인이 결별을 선언해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둘이 가까워진 것은 서로에게서 자신이 바라는 바를 발견하면서부터. 정문기는 젊은 혈기가 넘치는 신준영에게서 자신의 사라진 젊음을, 신준영은 정문기의 축 처진 어깨에서 사업 실패 후 잠적한 형의 모습을 본다. 정문기는 자신이 동성애자인 신준영에게 기우는 것을 깨닫고 혼란에 빠지지만 결국 그 감정이 '남자를 좋아하는 것' 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것' 임을 깨닫는다.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등을 쓴 작가 노희경은 세기말에 우리가 진정으로 간직해야 할 가치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임을 강조한다. 노씨와 세번째로 작업한 표민수 PD도 등장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선언조의 대사가 지나치게 많고 배우들의 연기 조화가 다소 아쉽다는 느낌도 준다. 하지만 전체 주제를 압축하는 신준영의 한마디는 퍽 인상적이다.

"난 당신을 만지고 싶었던 게 아니야. 잠자리를 하자는 것도 아니야. 사랑하자고 한 거야. 외로우니까 위로하자고 한 거야. "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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