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대한항공 화물기 유족들 '통곡의 성탄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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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한항공 화물기 추락사고로 숨진 승무원 4명의 유족들은 성탄절인 25일 영국 스탠스테드 공항 인근 사고현장을 찾아 오열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들과 현지 경찰의 안내를 받은 기장 박득규(朴得圭.57)씨의 동생 준길씨 등 유족 15명은 사고기에 받혀 쓰러진 나무의 주변으로 기체 잔해가 널린 야트막한 언덕 아래로 들어서자 고인들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린 듯 옷깃을 여미었다.

언덕 정상부근의 지상충돌 지점과 추락방향, 널려진 잔해와 언덕너머 추락현장 상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은 유족들은 언덕배기 진흙수렁 위에 비닐을 깔아 임시로 만든 헌화장소에 가족별로 차례로 오르면서 그동안 참았던 탄식과 눈물을 쏟아냈다.

유족 중 가장 어린 정비사 김일석씨의 아들 성민(8)군이 아버지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용히 헌화대 위에 흰 국화다발을 내려놓는 순간에는 이를 지켜보던 영국 경찰들마저 눈시울을 붉혔다.

○…유족들의 현장 중심부 접근은 영국항공사고조사국(AAIB)의 방침에 따라 가족대표 1명씩, 4명에게만 허용됐다.

AAIB의 현장사고조사 책임자인 데이비드 킹의 안내로 언덕 정상에 올라 그 아래 추락현장을 잠시 살펴본 뒤 내려온 유족 대표들은 현지 수색팀에 "시신만이라도 찾아서 돌아가게 해달라" 며 신신당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영국 경찰이 유족들의 헌화장소를 만들기 위해 당초 둘러친 봉쇄선 안의 기체 잔해가 없는 지점까지 봉쇄선을 다소나마 잠정 후퇴시키는 등 나름대로 배려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레이트 핼링베리〓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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