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거 없었고 수사 급했다" 볼멘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6월 옷 로비 사건을 조사했던 검찰 수사팀의 잘못이 특검팀에 의해 낱낱이 공개돼 관련자 인책 등 검찰 내부에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이번에 지적된 최대 잘못은 뭐니뭐니 해도 곳곳에서 지적된 수사 미진.

특검팀은 먼저 옷배달 날짜를 지난해 12월 19일이 아닌 26일로 조사한 대목을 심하게 꼬집었다.

특검 발표에 따르면 연정희씨는 당초 검찰수사에서도 "옷을 입어보고 배달된 날짜는 똑같이 강창희(姜昌熙)전 과기처장관의 딸 결혼식 날" 이라고 진술했으며 배정숙(裵貞淑).이형자씨도 똑같이 말했다는 것. 결혼식 날짜는 쉽게 확인되는 것이므로 '제대로만 했다면' 정확한 옷 배달 시점이 절대 틀렸을 리 없다는 것이다.

또 압수수색.계좌추적.통화내역 조회도 제대로 실시 안되기는 마찬가지여서, 이 때문에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많은 부분이 간과됐다는 것이다.

특검팀이 호되게 나무란 다른 부분은 검찰의 졸속수사.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적잖은 시간이 필요한 데도 검찰은 정권과 법무부장관의 정치적 부담을 조기에 불식시키기 위해 수사를 서둘러 끝냈다" 고 결론지었다.

특검팀은 수사의 공정성 문제도 거론했다.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를 맡았던 J모 검사가 회장 부인인 李씨와 자매들을 조사하고도 기록에는 L모 검사가 한 것처럼 남긴 것은 큰 잘못" 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같은 오류의 원인에 대해 "현직 법무부장관 부인이 고소한 사건을 어떤 검사가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겠느냐" 며 검찰이 사건을 맡았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검찰 수사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애초부터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 비리 의혹에 대한 해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컸었다" 는 게 특검팀의 결론이다.

물론 과거 수사팀도 이같은 특검팀 지적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먼저 옷 배달 날짜의 혼선과 관련, 수사팀은 "延.裵씨와 정일순씨가 수사 이전에 말을 맞춰 옷 배달 날짜를 26일이라고 강력히 주장했으며 19일로 볼 별다른 증거가 없는 상황이었다" 고 주장했다.

J검사의 참여 문제도 오해라는 주장이다.

李씨 자매가 "J검사가 아니면 조사에 응할 수 없다" 고 주장, 신속한 수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것이다.

또 L검사도 수시로 조사내용을 검토하고 조서정리 단계에서 1시간반쯤 李씨 자매와 진술내용을 확인한 바 있었다고 밝혔다.

졸속수사 비판에 대해서도 검찰은 "옷값 대납여부가 존재했는지가 사건의 핵심이어서 이 부분을 신속히 수사해 발표하다 보니 다른 부분에 대한 수사가 미흡하게 됐다" 고 해명했다.

어쨌든 이같은 검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건 실체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어서 검찰 주변에선 어떤 형태로든 문책이 따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남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