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장관 부인 2명에도 밍크코트 전달하려 했다"- 옷로비수사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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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옷 로비 사건을 수사해온 최병모(崔炳模) 특별검사는 20일 사직동팀과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의 내사, 검찰의 수사가 정권과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비리 의혹을 은폐.축소시켰다고 밝혔다.

또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가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배달한 호피무늬 반코트 외에 2벌의 밍크코트를 장관 부인 2명에게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20일 옷 로비 사건의 실체는 '실패한 로비' 가 아닌 '포기한 로비' 라는 결론을 내리고 3백20쪽 분량의 수사보고서를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하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 장관 부인 2명에게 밍크코트 전달 의혹〓崔특검은 "鄭씨가 延씨 등 장관 부인들이 라스포사를 찾은 지난해 12월 19일 호피무늬 반코트를 포함해 3벌의 밍크코트를 준비했으며, 延씨 외에 이은혜(李恩惠.김정길 전 정무수석 부인)씨와 김아미(千容宅 국정원장 부인)씨에게도 코트를 전달하려 한 흔적이 발견됐다" 면서 "그러나 李씨는 '가져가지 않겠다' 고 거부했고 金씨의 경우 전달된 단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사직동팀.법무비서관실 延씨 돕기〓보고서에 따르면 사직동팀은 일부 진술조서를 누락시켰으며, 지난 1월 18일 라스포사에서 관련자를 모아 조사할 당시 의혹의 초점인 延씨를 통해 다른 피내사자를 소환했다.

특검팀은 "延씨가 이날 金전총장의 지시를 받고 조사받으러 갔다" 고 말해 金전총장이 사직동팀 내사 전반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특검팀은 이같은 조사를 바탕으로 "사직동팀과 법무비서관실이 延씨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성급하게 사건의 결론을 내렸다" 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직동팀의 내사 착수 시점은 1월 15일이라고 못박았다.

◇ 검찰 수사 허술〓검찰은 압수수색과 계좌추적.통화내역 조회 등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 비리 의혹 해명을 위한 수사를 벌였다.

특히 신동아그룹 사건을 수사해온 J검사가 최순영(崔淳永)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측 조사를 벌였음에도 나중에 진술조서에는 L검사가 서명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특검팀은 이와함께 지난 8월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기관보고 당시 법무장관이 "J검사는 조언만 했다" 고 답변한 것과 관련, "수사팀이 장관에 대한 거짓보고를 했다면 이 또한 큰 문제" 라고 지적했다.

◇ 이형자씨 金전총장 낙마 노력〓李씨는 정일순씨 등에게 접근, 남편의 구명을 위한 로비를 시도했으며 지난해 12월 18일께 崔회장의 구속방침이 확정된 사실을 확인한 뒤 로비를 포기하고 오히려 金전총장 낙마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延씨는 신동아측 로비스트였던 박시언(朴時彦)씨 부인 서정의씨에게 "신동아를 이르면 신정, 늦으면 설날이 지나 구속할 것 같다" 고 말하는 등 崔회장 신병과 관련한 수사 기밀을 발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또 "延씨가 호피무늬 반코트를 외상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 鄭씨나 배정숙(裵貞淑)씨가 대신 옷값을 지불할 것으로 알고 그냥 가져갔다" 고 밝혔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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