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엿보기] EBS 유일의 청소년 드라마 '내꿈을 펼쳐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지난 10일 강원도 홍천의 한 스키장. 청소년 10여명이 카메라 앞에 즐거운 표정으로 모였다. EBS 청소년 드라마 '내 꿈을 펼쳐라' (매주 일요일 오후 4시20분)의 촬영현장이다. 드라마에서 야외촬영은 흔할 일이지만 이들에겐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타 방송사에 비해 제작비가 빠듯한 EBS 드라마 제작진으로선 6개월만의 외출이었기 때문. 게다가 EBS로는 유일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학생들은 제법 흥분된 분위기였다.

'내 꿈을…' 은 고교 연극반을 무대로 요즘 청소년의 애환을 그리는 드라마. EBS는 94년 3월 '언제나 푸른 마음' 을 시작으로 '감성시대' '내일' 을 거치며 줄곧 청소년 문제를 드라마로 옮겨왔다.

이날의 주제는 '두 번째 이별' . 한때 연극반원이었다가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호태가 스키장에서 자선공연을 준비 중이던 친구들을 만나러왔다.

하지만 친구들의 반응은 썰렁하다. 절친하게 지냈던 여자 친구 영심이마저 냉랭하게 대한다.

스키장 슬로프를 향해 '영심아' 를 외치는 호태의 모습이 쓸쓸하기만 하다. 그러나 친구들의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첫번째 이별 같은 상처를 남기지 않으려고 일부러 쌀쌀하게 대했던 것이다.

'내 꿈을…' 은 이처럼 신세대들의 얘기를 우회적으로 풀어나간다. 교실붕괴가 심각한 요즘의 학교문제를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다소 돌아가며 표현하면서 자칫 망각하기 쉬운 정서 함양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우정.사랑.진학.부모.사제관계 등을 그리되 다양한 연령의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꾸려가고 있다.

때문에 출연진조차 "요즘 얘기 같지 않다" 는 불만을 때때로 드러내지만 "정작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 라고 이창용 PD는 설명한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연기자들의 모습. 다른 방송사 드라마와 달리 특출난 스타는 없지만 연기자들의 표정엔 진지함이 가득하다.

상업적 이미지로 포장되지 않은 순수한 얼굴에서 젊음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연기자의 절반 정도는 다른 방송사의 스카우트 제의도 물리치고 '내 꿈을…' 에 몰두하고 있다고 제작진은 전한다.

10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는 스타는 없어도 다져진 팀워크로 매끈한 드라마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EBS 프로그램으로는 반응도 좋은 편이다. EBS 인터넷 훔페이지에 올라오는 시청자 의견의 절반 정도가 '내 꿈을…' 에 몰릴 정도다.

또한 비슷한 청소년 드라마인 KBS '학교Ⅱ' 와 EBS '내 꿈을…' 의 팬들의 '격돌' 도 재미있어 양 방송사 해당 프로 홈페이지에선 열띤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