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동화 따라잡기] '강아지 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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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아지 똥 (권정생 지음.정승각 그림.길벗어린이)

동서고금을 통하여 똥이 주인공인 문학 작품을 몇이나 찾을 수 있을까□

끼리끼리 주고받는 대화나 사사로운 글에서조차 그 엄연한 이름을 온전히 쓰지 못하여, '대변' 이니 '배설물' 이니 하는 점잖은 말로 다시 말을 돌려야만 체면이 설만큼 불경스러운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 것이 바로 똥이다.

그러할진대, 똥을 언감생심 도도한 '문학 작품의 주인공' 운운이 또 무엇인가□

그러나 그러한 똥을, 더구나 '그것도 약에 쓰려면 없다' 느니 '그것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느니 하는 속담이 있을 만큼 천하고 더러운 것의 대명사인 '개똥' 을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등장시킨 문학 작품이 권정생의 동화 '강아지 똥' (정승각 그림.길벗어린이)이다.

볼품없는 시골 똥 강아지가 길가에 아무렇게나 누어 놓은 강아지 똥은, 자신이 누구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더럽고 냄새나는 똥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슬퍼한다.

그러나 막 싹을 틔운 민들레를 만나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네가 필요하다' 는 말을 듣고는 기뻐하며 제 온몸을 녹여 거름이 되어주니, 그 희생과 노력의 결실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다.

'강아지 똥' 은 '아무리 더럽고 하찮은 것,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버림받은 것이라도 제 쓸모가 있고, 그 쓸모를 위하여 정과 성을 다한다' 는 본연의 주제 의식만으로도 빛나는 동화다.

가장 하찮은 것에서 가장 고귀한 가치를 발견하는 감동만큼 극적인 것이 또 있으랴!

그러나 오늘 나는 이 동화를 다시 읽으며 다음과 같은 덤까지도 욕심을 내 본다.

먹는 자는 누구나 싸는 것이 똥이요,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똥이거늘, 제가 눈 똥을 그 색깔도 확인하기 전에 누름쇠 하나 간단히 눌러 하수관 저 멀리 어디인지도 모를 곳으로 보내버리는 이 무례한 문명의 시대에, 자연에서 난 생명을 먹고 삭혀 눈 똥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순환과 상생의 생태적 삶' 에 대한 교훈을 얻고자 하는….

김장성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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