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위암환자에 유전적 돌연변이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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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국인은 미국인이나 콜롬비아인에 비해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한 암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김종극(金宗克)교수는 지난 95년부터 미국 휴스턴 베일러의대 및 콜롬비아 국립의대와 공동으로 한 위암환자 연구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고 미국 소화기병학회지에 밝혔다.

김교수팀은 한국인 22명, 미국인 26명, 콜롬비아인 20명 등 68명의 위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번 이상의 유전적 돌연변이가 나타난 경우는 한국인이 59%로 가장 많았다.

미국인은 12%, 콜롬비아인은 35%였다.

두 번 이상의 유전적 돌연변이가 나타난 경우는 한국인이 50%, 미국인이 7%, 콜롬비아인이 15%로 한국인에서 유전적 돌연변이가 미국인보다 7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연간 위암 발생빈도는 10만명당 57명꼴로 콜롬비아와 비슷한 수준이며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되는 감염빈도도 콜롬비아와 비슷하지만 유전적 돌연변이는 한국이 콜롬비아보다 3배나 높게 나타난 것이다.

김교수는 "만성 위염이 오래 계속되면 세포 변화가 많이 일어나 유전적 돌연변이가 나타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며 "민족마다 위암의 발생과정이 다르다는 것이 증명됐으며 따라서 한국인의 위암 유형에 맞는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한국인에게 유독 유전적 돌연변이 비율이 높은 것은 맵고 짠 음식과 불규칙한 식사로 위에 자극을 주는 식습관이 한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조사대상자 가운데 한번 이상의 유전적 돌연변이가 나타난 경우가 65세 이상인 사람 중에서는 48%인 반면 65세 미만에서는 17%에 그쳐 돌연변이 비율이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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