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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비판 박근혜 “국민과 약속 얼마나 엄중한 지 정 총리께서 잘 모르시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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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정치권에 용암이 끓고 있다. 용암의 정체는 세종시 논란이다. 10·28 재·보선 때문에 잠시 눌려 있던 이 용암이 11월 첫째 주 지표면 위로 올라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조찬 회동을 한다. 국회에선 예산안 시정연설(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3~4일), 대정부 질문(5일부터) 등의 일정이 숨가쁘게 전개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 수정 반대를 공론화하면서 세종시 문제는 여여 갈등, 여야 갈등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신행정수도 후속 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란 긴 이름을 가진 세종시법의 운명은 분수령을 맞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세종시 발언이 또다시 여권을 강타했다. 지난달 31일 불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 박 전 대표는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 추진을 시사한 것에 대해 “총리께서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해서, 국민과의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 잘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세종시는) 저의 개인적인 정치신념으로 폄하해선 안 된다. 이것은 엄연히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약속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총리실에서 그저께 전화통화를 하고 싶다고 전갈은 받았는데 그 다음에 연락이 없었다”며 “(정 총리가) 동의를 구하려면 국민들과 충청도민에게 해야지 저한테 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이대로 추진하면 (세종시가)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총선, 대선 때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 것은 유령도시인 줄 알면서 표를 얻기 위해 약속했다는 논리밖에 더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할 때 자족기능을 넣기 위해 행정복합도시로 한 것”이라며 “부족한 것이 있으면 플러스 알파를 해야지 약속을 어기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박 전 대표와 정 총리의 갈등이 표면화되자 여권 내 차기 주자들의 파워게임이 조기 점화됐다는 분석도 정치권에선 나온다. 그러나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기보다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는 정치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은 “법으로 정한 세종시가 좌초되면 법적 근거도 없이 추진되는 혁신도시에서도 공기업·공공기관 노조가 ‘비효율 때문에 지방에 못 간다’고 격렬히 저항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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