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코스 뛴 오상효씨 “위암 3기 수술 뒤 달리기 시작…건강 되찾고 요리대회 우승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1일 아침 중앙서울마라톤 10㎞ 부문. 유난히 밝은 표정의 참가자가 눈에 띄었다. 서울 여의도 63시티 양식당의 부조리장 오상효(40·사진)씨다. 뛰는 내내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담은 채 10㎞를 38분19초에 완주했다. 완주 메달을 목에 건 그는 “이렇게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며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마라톤은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죽음의 문턱에 있던 그를 다시 태어나게 해줬기 때문이다.

위암 판정을 받은 건 2001년. 속이 계속 쓰려 병원을 찾았더니 위암 3기라고 했다. 술·담배도 안 했고 건강 체질이라 자신했던 터라 충격이 더 컸다. 아내와 막 세 살이 된 아들 생각에 눈앞은 캄캄했다. 위의 70%를 도려내는 수술을 받았고 계속되는 항암 치료와 약물 치료에 몸은 지쳐만 갔다. 그러다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걷기를 시작했고, 곧 달리기로 발전했다. “뛰면서 계속 ‘난 살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고 소리치며 병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냈어요. ”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라톤에 관심을 두게 됐다. 2003년 3월 처음으로 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했고 그 뒤 계속 크고 작은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왔다. 이뿐만 아니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집에서 직장까지 왕복 22㎞를 거의 매일 달려서 출퇴근하고 있다. 마라톤으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직장에서도 더 열정적으로 일했다. 양식조리사 자격증만 갖고 있던 그가 한식과 제과·제빵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2004년 5월엔 서울국제요리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땄다. “마라톤도 하는데, 뭔들 못 하겠느냐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러면서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그 덕분인지 2006년 4월엔 주치의로부터 완치 판정을 받았다. 마침 아내가 딸을 임신해 행복이 배가 됐다. 그는 마라톤이 병을 이겨내고 행복을 얻는 돌파구가 됐다고 생각한다. 올해엔 숙원이었던 100㎞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꼬박 11시간10분을 달려 완주했다.  

전수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