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관련 한해 수입 230억…저작권료 어디로 새나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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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정태춘. 조동진.양희은. 주영훈. 윤일상. 김형석 등 작곡.작사가 2백여명이 최근 '한국가요 작가연대' (가칭)를 결성,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방송국.노래방 등에서 가요가 유통될때 작곡.작사가들에게 발생하는 저작권 수입을 관리.분배하는 음악저작권협회는 1년에 2백3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초대형 사단법인.

그러나 수입 분배를 둘러 싼 의혹이 끊이지 않는 데다, 불법복제로 인한 작곡.작사가들의 피해를 제대로 구제하지 못한다는 구설수가 따라 다녔다.

작가연대는 17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김영광 협회장의 퇴진 ▶작가연대와 정부가 선정한 양심적 인사를 포함한 비상대책위 조직 ▶일부 임원들에 좌지우지되고있는 사무국의 독립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작가연대 소속원들은 수십곡씩 히트곡을 보유한 소장파 인기 작곡.작사가들이 망라됐고 과거 사회운동에 투신해온 작가들도 포진한 만큼 이들의 발언은 협회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작가연대에서 가장 문제삼고있는 것은 협회의 저작권 수입 분배. 방송사, 노래방, 유흥업소, 백화점, 호텔, 교통기관 등에서 노래가 연주될 때마다 발생하는 거액의 저작권료를 협회가 일괄 징수한 뒤 작곡.작사가들에게 정확한 내역공개 없이 자의적으로 분배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연간 50억원대에 달하는 유흥단란 사용료(나이트클럽. 룸살롱. 단란주점등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를 협회 임원을 했거나 협회와 가까운 소수 노장 회원들에게는 터무니없이 많은 액수로 지급한 반면 히트곡이 많은 소장 작곡가들에게는 현저히 낮은 액수로 지급해 말썽을 빚어왔다.

또 신곡이 노래방 기계에 등록될 때마다 편당 28만원에서 1백만원까지 작곡.작사가에게 지급된 복제사용료도 증발사례가 많다는 것.

'정' '타인' 등 히트곡을 양산한 윤일상씨의 경우 노래방에 수록된 자신의 노래 2백12편중 72편의 복제사용료를 받지 못했다.

윤씨의 저작권 관리사인 FM출판사(대표 권우영)는 협회에 여러차례 침해조사 요청을 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FM출판사는 "윤씨처럼 협회가 침해조사를 하지 않아 피해를 본 소속 작가가 1백20명, 피해액은 30억원에 달한다.

또 불법음반이 난무하는데 이 또한 협회가 침해조사를 하지않아 역시 수십억원대의 피해를 입었다" 며 협회에 대해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다.

협회는 비등한 개혁요구에 밀려 지난 2월 김영광 회장 취임직후 '개혁위원회' 를 발족시켰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대해 김영광 회장은 "협회의 문제점들은 수십년간 계속된 관행이라 삽시간에 고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 구체적인 개혁안을 마련해 정부에 보고한 만큼 단계적으로 투명한 분배가 실시될 것" 이라고 밝혔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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