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부 약국 타미플루 안 팔아 … 처방전 없어 헛걸음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타미플루 조제합니다’.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전국 모든 약국에서 살 수 있게 된 30일 대부분 약국에서 큰 혼선은 빚어지지 않았다. 처방전 없이 타미플루를 사겠다며 승강이를 벌이는 환자가 가끔 눈에 띄었고, 미처 타미플루를 받지 못한 일부 약국에서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특히 일반약국에 공급된 타미플루가 대부분 성인용이어서 약사들은 어린이 환자를 처방하는 데 애를 먹었다.

30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망원1동 D약국. 박문석(57) 약사는 “어제(29일) 이 지역 ‘반장 약국’에서 타미플루 50명분을 받아왔다”며 “전에는 타미플루를 살 수 있느냐고 묻는 손님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아직 처방전을 갖고 온 환자가 없다”고 말했다.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이날부터 거점약국을 제외한 전국 모든 약국(1만8535개)에 타미플루 50명분씩을 공급했다. 29일 전까지는 전국 거점약국에만 정부 비축분 타미플루를 공급했다. 약값은 무료고 조제비만 내면 된다.

하지만 모든 약국에 타미플루가 공급됐다는 보건당국의 설명과 달리 이날까지 약을 받지 못한 곳도 적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S약국은 오후 1시까지 관할 보건소로부터 타미플루를 받지 못했다. 삼성역 근처 다른 약국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A약국에 “타미플루를 조제받을 수 있느냐”고 문의를 했지만 “국가 비축분 타미플루를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고 했다. 강남구 보건소는 “어제(29일) 오후에야 타미플루가 도착해 오늘 오전부터 각 약국에 공급하고 있다”며 “오늘 중으로는 배포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전염병관리과장은 “이번 배분은 약사회의 협조를 얻어서 했다”며 “약사회에 신고되지 않은 약국(전체 3%가량)에는 타미플루를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일부 환자는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해 병·의원에 가지 않고 약국부터 찾은 환자도 있었다. 서울 양천구 목5동 S약국을 찾은 직장인 김성훈(35)씨는 “아들(3세)이 아침부터 열이 나 타미플루를 사러 왔는데 처방전 없이 살 수 없다고 해서 병원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교초등교 학생들이 30일 정문 앞에서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이 학교는 신종 플루 확산을 우려해 지난 3일간 휴업한 뒤 이날 등교를 재개했다. [김성룡 기자]

인천의 동네 약국들에서는 어린이 환자에게 성인용 타미플루를 쪼개(용량 조절) 처방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인천시 남구 주안동의 약사 이모(42·여)씨는 “어린이 처방전이 많이 들어오는데 타미플루가 모두 성인용이어서 동네 약국에서는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타미플루는 어린이용이 별도로 없어 처방 때 용량을 조절한다.

타미플루가 금세 동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대구시 중구 삼덕동 B약국 관계자는 “주변에 학교와 거점병원(경북대병원)이 있어 타미플루 70명분을 확보했다”며 “얼마 만에 동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일부 약국 약사는 신종 플루 감염을 우려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M약국은 약사와 직원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박모(43) 약사는 “거점약국이 소화하기에는 환자의 수가 너무 많아 일단 타미플루를 받았다”며 “그러나 아직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반약국 약사도 백신 접종=일반약국 약사들에 대한 신종 플루 예방백신 접종이 11월 중순부터 실시된다.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신종 플루 백신 접종 우선대상에서 빠져 있던 일반약국 약사 3만여 명에 대해 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달 중순 발표된 백신 접종 계획에는 1618곳의 거점약국 약사들만 백신 접종 1순위로 지정됐었다. 보건당국은 타미플루를 일반약국에서도 판매하고 약사들의 신종 플루 감염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전체 약사에 대한 백신 접종을 결정했다.

강기헌·장주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